브라질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엄정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지 하루만에 우크라이나 고위 외교관이 “이 판국에 중립이 어디 있느냐”고 반박했다. 한국보다 7개월 뒤인 오는 10월 대선이 예정된 브라질은 현 대통령의 무능과 오만, 그리고 독선으로 정권교체 가능성이 아주 높다.
28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주(駐)제네바 대표부의 예브헤니아 필리펜코 대사는 브라질 대통령의 ‘중립’ 강조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중립을 위한 공간은 없다”며 “침략을 종식하고 공격을 끝내기 위한 (국제사회의) 행동만이 있을 뿐”이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은 전 세계의 안보를 위협에 빠뜨렸다”며 “모든 나라가 주권과 영토 보전이라는 기본원칙을 지키기 위해 일어서야 할 때”라며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외교부에서 오래 근무한 정통 외교관인 필리펜코 대사는 지난해 4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 의해 제네바 대표부 대사로 임명됐다. 제네바 대표부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유엔 인권위원회를 비롯한 여러 중요한 국제기구에서 우크라이나의 입장과 이익을 대변하는 핵심 공관이다. 제네바 대표부에 부임하기 전 필리펜코 대사는 우크라이나 외교부의 국제기구 담당국장으로 일했다.
필리펜코 대사의 발언은 전날 알려진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의 주장을 질타한 것이라 주목된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상파울루주 과루자의 한 군사기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며 “푸틴 대통령한테 ‘브라질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충돌로 영향을 받고 싶지 않기 때문에 중립적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와의 모든 대화는 매우 수준 높은 내용이었다”며 푸틴 대통령을 옹호하고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내비치기도 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접경지역 군대 배치로 안보 위기가 고조되고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 비난이 가중되던 지난달 16일 안팎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모스크바를 전격 방문해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융숭한 대접을 받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정상회담을 했다. 나란히 브릭스(BRICS)의 일원인 브라질·러시아 두 나라 간 국방 및 에너지 분야 협력 확대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군인·민간인을 가리지 않는 러시아군의 무차별 공격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엄청난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에 대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은 대량살상을 바라지 않는다”며 “대량살상이라고 말하는 것은 과장”이라고 답해 현장에 있던 정부 관계자 및 기자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그는 “브라질 정부는 푸틴 대통령에 대한 제재를 고려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앞선 러시아 방문 당시 “미국 등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과 관계가 나빠질 수 있다”는 장관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출국을 강행했을 정도로 요즘 아주 오만하고 독선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대응에서 보인 무능은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다. 자연히 7개월 뒤인 오는 10월 치러질 브라질 대선에선 야당 후보의 당선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지고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청산 대상이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