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첫 협상이 성과 없이 끝난 가운데 러시아가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28일 우크라이나 제2 도시인 하르키우의 민간인 지역에 포격을 가해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에는 아파트 밖에 시신이 널려 있었다. 옥사나 마르카로바 미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러시아군이 제네바협약에서 금지된 진공폭탄을 주거지역을 겨냥해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진공폭탄은 산소를 빨아들여 초고온 폭발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대량 살상하는 무기다.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AI)는 러시아군이 유치원 등에 집속탄 공격을 가해 어린이 1명 등 3명이 숨졌다고 밝히면서 ‘전쟁범죄’로 규정했다. 집속탄은 모체가 공중에서 파괴되면 새끼 폭탄 수백개가 표적 주변에 흩뿌려져 불특정 다수를 살상한다. 러시아군의 진격이 지체되자 민간지역까지 무차별 공격해 전쟁 국면을 바꿔놓았다는 비판을 받는다. 러시아군의 비인도적인 만행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앞서 핵무기 운용부대 경계태세 강화 지시를 내려 전략미사일군 등의 당직팀과 장거리비행단 지휘부가 핵전력 강화 준비태세에 돌입했다. 미 백악관은 “정당한 이유 없는 긴장 고조 행위”라고 비판했고, 미 국방부는 “러시아가 오판하면 우크라이나 상황을 훨씬 더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의 저항과 국제사회의 제재가 예상보다 강하자 속전속결을 노렸던 러시아가 전략적 혼선을 빚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