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미국은 오는 15일(현지시간)부터 양일간 열리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크게 내린 금리를 처음으로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연내 추가적인 금리 인상과 대차대조표 축소를 포함한 긴축 모드에 본격 돌입할 전망이다
◆3월 금리 인상 확실시…0.25% 상향 전망
일반적으로 미국이 금리를 대폭 올리게 되면 달러 투자 자금이 미국으로 돌아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를 막으려 다른 국가들도 금리를 따라 올리게 된다. 주식 등 위험자산 시장도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미국이 언제 금리를 올릴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금리 인상 폭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파월 의장은 “나는 0.25%포인트 인상을 지지한다”면서 “인플레이션이 지속해서 높은 상태를 유지하면 금리를 더 올리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일 준비가 돼 있다”고 발언했다.
연준 위원 중 일부는 대폭 인상을 주장하고 있지만, 파월의 발언으로 인상 폭은 25bp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미국은 2018년 12월 이후 0.00∼0.25%로 사실상 제로금리를 유지해 왔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이 나오자, 금리 차 확대 예상으로 일본 화폐인 엔·달러 환율이 내려갔고 미국 채권 시장의 장기금리는 상승했다. 미 증시는 해당일 급격한 금리 인상 가능성이 해소되면서 깜짝 상승세를 보였다.
국내 금융 전문가들은 파월 의장의 발언 이후 일제히 미국이 3월 FOMC 회의에서 금리를 25bp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금융 시장 브리프’ 자료를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에도 미국 경제의 견조한 고용과 높은 물가상승률, 파월 의장의 긴축 시그널을 감안할 때 3월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종료와 함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으로 50bp 조정 가능성은 사실상 배제된 것으로 해석했다.
유신익 KB금융지주 수석이코노미스트(거시금융 팀장)은 “50bp 금리 인상은 시장이 너무 앞서간 것”이라면서 “지금 금융 인상 경로는 평범한 관측을 그대로 따라가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미국 물가 고공 행진…미국 ‘긴축’ 서둘러
미국이 금리 인상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예상보다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가 있다.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수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은 지난해 10월 4.2%(전년 동월 대비) 오르며 4%대에 진입했고, 11월 4.7%, 12월 4.9% 상승했다. 이어 올 1월에는 5.2%로 5%의 벽마저 깨며, 39년 만에 상승률 최고치를 나타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포함하는 PCE는 11월 5.7%, 12월 5.8%에 이어 1월에는 6.1%까지 치솟았다.
파월 의장은 물가와 관련해서 발언 내용을 수차례 수정해 왔다. 지난해 10월 이전만 해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파월 의장의 관점은 “일시적”이었고 경기 부양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해 11월 3일 FOMC 때는 “일시적일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한발 물러섰지만 “지금은 최대 고용 상태가 아니며 금리를 올릴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20여일 후에는 “(인플레이션에) 일시적이라는 단어 사용을 중단하고 우리가 의미하는 바를 더 명확하게 설명해야 할 시기”라고 말을 바꿨다. 또 “우리는 지금 매우 강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받고 있으며 다음 회의에서 이를 논의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올 1월 FOMC 후 기자회견에서는 “인플레이션은 목표 수준인 2%를 훨씬 웃돌고 있는데, 이러한 차이는 적절한 정책조정 속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책금리 목표 범위를 곧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에 매우 광범위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며 금리 인상 임박을 시사했다. 이미 시장은 금리 인상의 전제 조건 중 하나인 완전 고용은 달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우크라 변수와 물가 전망이 관전 포인트
이제 관심은 금리 인상 여부보다는 FOMC에서 나올 경제 전망과 향후 경로에 쏠린다. FOMC가 현재 경기나 물가를 어떻게 평가할지에 따라 향후 금리 인상 폭과 시기를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미 연준에 있어서 물가에 이은 후순위 사안이지만 역시 변수가 될 수 있다.
유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열릴 FOMC에서 현재 경제 여건을 여전히 우호적으로 보고, 우크라이나 사태를 별개 사안으로 취급하는지 중요하게 봐야 한다”면서 “이 문제가 괜찮다고 한다면 연준은 인플레이션 문제에 집중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인플레이션 문제에 집중한다면 상반기에 빠르게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고, 우크라이나가 경제에 미치는 변수를 고려한다면 시기를 조금 늦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당장 우크라이나 사태는 유럽 경제에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 영향이 미국 경제에 얼마나 전이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다만 유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인상 시기의 차이만 있을 뿐 올해 연준이 모두 네 차례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화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될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로, FOMC 위원들 사이에서 물가가 향후 안정될 것으로 여겨지면 공격적인 긴축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올해 물가가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한 상태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다음 주 FOMC를 포함해 미국이 올해 다섯 차례, 125bp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본다”면서 “올해 일곱 차례 남은 FOMC에서 모두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시장 전망도 있는데, 그렇게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실장은 “올해 연준이 여섯 번의 금리 인상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지 않는다면 이런 방향은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韓銀, 기준금리 추가인상 시기 앞당길 수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우리나라 기준금리에도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쏠린다. 금융권은 대체로 순탄한 국내 기준금리 상승세를 예상하지만, 조기 인상과 인상 폭 조정 가능성도 거론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은 오는 3월 15·16일(현지시간) 양일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현행 0.00∼0.25%의 금리를 0.25∼0.5%로 높이는 방안이 유력하다.
미국이 시장 예상만큼 금리를 높인다고 해도 당장 달러 투자금 유출 등 국내 외환 충격을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한국은행의 판단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1.25%까지 금리를 높여, 미국이 이번에 금리를 인상해도 0.75%포인트의 금리 차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2월 24일 기준금리를 1.25%로 동결한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원론적 답변임을 전제하면서 “(미국의 긴축 속도가 빨라져) 한·미 정책금리가 역전되면 여러 가지 우려되는 바는 많이 있다”면서도 “그렇게 길지 않더라도 과거에도 한·미 정책금리가 역전된 적이 있고, 역전되면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나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이는 원론적인 답변일 뿐, 최근 물가의 빠른 상승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가 급등 등 여러 경제 상황을 고려해 봤을 때 우리나라가 미국과 기준금리가 역전되도록 놔 둘 가능성은 크지 않다.
미국의 물가 상승 속도가 빠른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고물가가 지속되며 금리 인상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 24일 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올해 물가 전망을 지난해 11월 2% 상승에서 3.1% 상승으로 1.1%포인트 높였다.
금융권은 한은의 물가 전망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반영하기는 했지만, 지금처럼 장기화 조짐을 보인다든가 유가가 급등하는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는 못한 수치로 보고 있다.
국내 금융 전문가들은 한은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속으로 인한 경제 충격을 고려해 일단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결국 물가를 잡기 위해 점진적인 금리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당초 올해 하반기로 예상됐던 인상 시기는 오히려 조금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장은 “한은이 올해 추가로 두세 차례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본다”면서 “세 차례라면 4∼5월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화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두 차례, 5월과 8월 또는 10월 인상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만약 한은이 추가로 세 차례를 인상하면 기준금리는 2%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