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지는 9일은 공휴일이지만 제주에서 일하는 김모(30)씨는 투표소에 가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업무 특성상 근무시간이 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 8시∼오후 5시로 정해져 있을 뿐 공휴일이라고 따로 휴가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출퇴근 시간을 고려하면 투표 시간 내에 지정된 투표소에 가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주 사전투표 기간에도 근무 후 병원에 들르느라 투표소에 갈 수 없었다.
김씨의 직장은 사장을 제외한 직원이 3명뿐인 5인 미만 사업장이라 공휴일에 유급휴가를 주도록 한 ‘공휴일법’도 적용할 수 없다. 김씨는 “소규모 인원으로 운영되다 보니 무급으로 휴가를 쓸 엄두도 내지 못한다”며 “투표할 수 있는 기본 권리조차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들처럼 선거 당일 투표가 어려운 유권자를 위한 사전투표 제도가 있지만 여의치 않은 사람들이 있다. 서울 강남에서 대리 주차 업무를 하는 이모(35)씨는 “대선일에도 일을 해야 해서 지난주에 2시간을 기다려 사전투표를 했다”며 “주말에 일이 더 많다 보니 같이 일하는 사람 중에는 사전투표할 상황이 안돼 못한 사람도 많다. 대선일에도 시간이 안 돼 아예 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중소 인쇄업체에서 일하는 A씨는 “아이들 어린이집도 다 쉬는데 일을 하니 난감하다”며 “다들 쉰다는데 우리는 못 쉰다고 생각하니 소외감을 느낀다”고 하소연했다. 이현우 권리찾기유니온 부위원장은 “투표는 국민의 권리를 행사하는 건데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사업주 잘못도 있지만 애초에 국가가 국민을 차별했기에 일어난 일”고 주장했다.
유급공휴일뿐 아니라 근로기준법 전반에서 5인 미만 사업장에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나현우 청년유니온 활동가는 “청년의 노동상담 전화를 받다 보면 연장근로수당 미지급, 근로시간 초과, 해고 등 문제에도 ‘5인 미만 사업장이라 보호받을 수 없다’는 답을 해야 할 때가 많다”며 “사업주 부담을 이유로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만 양산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