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산불 피해가 급속히 늘고 있는 가운데 오름에 불을 놓는 제주들불축제 일정이 다가와 제주시와 소방당국이 고심하고 있다.
제주시는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3일간 ‘들불, 소망을 품고 피어올라!’라는 주제로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 일대에서 제24회 제주들불축제를 연다고 8일 밝혔다.
사흘간 이어지는 이번 축제의 본 행사 절정은 오름 불놓기다. 풍요를 기원하고 액운을 떨친다는 의미로 새별오름 남벽에 들불을 놓는다.
제주시는 18일 들불축제의 초석이 되는 불씨를 삼성혈에서 축제장으로 옮겨 성화대에 점화할 계획이다. 이어 19일 저녁 오름에 불을 놓아 활활 타는 모습을 온라인으로 생중계하기로 했다.
제주들불축제는 정월대보를 기간에 개최하던 일정을 새봄이 움트는 경칩을 맞는 날이 속한 주말로 개최기간을 옮기고 명칭도 지난 2013년 제16회부터 ‘정월대보름들불축제’에서 ‘제주들불축제’로 변경했다.
정월대보름을 전후한 제주의 기상여건이 강풍과 추위, 눈과 비가 오는 날씨로 인해 오름 불놓기를 연기하는가 하면 일정을 축소하는 경우도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는 봄철 건조한 날씨가 주최 측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동해안 대규모 산불로 정부가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특별재난지역까지 선포한 상황에서 봄철 건조한 시기에 열리는 제주 들불축제가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제주시청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지금 산불로 고통받는 강원도민들을 생각한다면 (들불축제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 예산으로 나무를 심을 수 있게 도움을 주든지, 도민 이름으로 성금을 지급하든지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주시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는 일단 들불축제를 개최하는 것으로 예정했지만 축제위원회와 내부적으로 협의를 해서 개최 여부나 혹은 연기 여부, 방식 등 총괄적으로 결정을 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구만섭 제주지사 권한대행은 이날 주간정책조정회의에서 강원·경북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과 관련해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제주도에 산불이 발생하면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면서 “전 부서가 각자의 영역에서 산불예방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도는 재난안전문자를 통해 건조한 날씨가 이어져 산불 발생 위험이 높다며 각별한 불씨 관리 등 화재 예방에 신경 써달라고 당부했다.
제주에서 발생한 들불의 45%가 건조한 봄철에 집중됐다.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최근 5년(2017∼2021)간 제주에서는 총 238건의 들불이 발생했다.
들불로 인해 부상자 5명이 발생했고, 재산피해 규모도 총 1억8000여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발생 시기별로는 날씨가 건조한 봄철(3∼5월)에 45.4%(108건)가 집중됐다.
요인별로는 쓰레기 소각, 불씨 방치, 담배꽁초 등 부주의에 의한 경우가 87.3%(208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발생 장소는 과수원이 65.5%(156건)로 가장 많았다.
이에 소방본부는 ‘들불 안전사고 주의보’를 발령, 주의를 당부했다.
소방본부는 주의보 발령 기간 화재 예방 홍보를 강화하고 의용소방대와의 협업을 통해 화재 취약 요소 제거와 소각행위 금지 안내 등 안전 지도 활동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