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가계와 기업의 부채(민간신용)가 글로벌 금융위기 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나며, 금융 불균형이 위험 수위에 다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대내외 경제 충격이 올 경우 민간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9일 한국은행의 BOK 이슈노트에 실린 ‘최근 우리나라 금융사이클의 상황 및 특징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특정 시점의 실질 민간신용과 장기추세 사이의 격차를 뜻하는 실질 신용갭률은 지난해 3분기 5.1%로,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4분기 4.9%)나 신용카드 사태(2002년 4분기 3.4%) 때보다도 컸다.
주택 가격 변화도 주목된다. 주택 가격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사이클과 강한 동조관계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가계신용이 늘어나면 주택 가격이 오르고 신용이 줄면 떨어지는 패턴이 반복됐다. 실질 주택 가격 갭률 흐름을 보면, 2021년 3분기에는 9.2%까지 상승하며 과거 주택 가격 급등기(2005년 전후 정점 7.2∼7.6%) 수준을 웃돌았다.
대출 증가세가 가파른 것과 마찬가지로, 주택 가격도 예년 평균 대비 빠르게 오른 것으로 볼 수 있다.
금융·실물 불균형이 커짐에 따라, 향후 대출이 늘었던 가계를 중심으로 금융사이클 하락 국면이 찾아오면, 부동산 가격 하락 등에 따른 경제 충격을 맞닥뜨릴 가능성이 있다. 보고서에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최근 가계신용이 줄어들면서 부동산 가격은 내림세를 띠고 있다.
연구팀은 “민간신용의 총량이나 증가율이 과거 위기 당시보다 높은 수준에 있다”면서 “지금 당장 위기 상태라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 사례로 미뤄 이런 상태에서 대내외 충격이 발생하면 위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던 만큼 현재 우리 금융이 그만큼 위기에 취약하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간의 민간신용 증가와 최근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 증대 등을 고려할 때, 코로나19 이후 빠른 확장세를 보여 온 금융사이클의 주기와 진폭의 향후 움직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