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 선거는 여야가 서로 도를 넘는 네거티브전을 펼치면서 ‘역대 최고의 비호감 대선’이라는 오명을 썼다. 거대 양당은 대장동 사태와 상대 후보 가족 등에 대한 마구잡이식 비방에 집중했고, 정책은 뒷전이 된 진흙탕 선거만 남았다는 비판이 일었다. 과열된 선거가 끝나면 양측 모두 정치적 후폭풍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선거운동 막판까지 ‘김만배 녹취록’을 고리로 한 대장동 네거티브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를 공격했다. 지난 8일 우상호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윤 후보가 부산저축은행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취지의 주장이 담긴 해당 녹취록을 두고 “김(만배)씨가 부산저축은행의 수사를 무마하거나 그것을 약화시켜서 대장동 사업을 성사시키려고 노력했던 것”이라며 윤 후보에 대한 ‘대장동 몸통’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민주당은 윤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허위 전시 이력 의혹과 처가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향해서도 공격을 집중했다. 이 후보는 윤 후보의 ‘어퍼컷’ 세리머니를 두고 “검사들이 룸살롱 가서 하는 것”이라며 막말성 비판을 쏟아 내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대장동 역공이 ‘정치공작’이라며 맞섰다. 윤 후보는 이에 “마치 이완용이 안중근에게 나라 팔아먹었다고 얘기하는 것과 같다”, “돼먹지 못한 머슴은 갈아 치워야 한다”며 민주당과 이 후보를 비꽜다.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민주당을 향해 “저급한 마타도어(흑색선전)”라며 “지적 수준이 의심된다”고 공격했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의 경기지사 시절 부인 김혜경씨가 법인카드를 수차례 사적 유용하고 황제 의전을 받았다는 의혹에도 공세를 퍼부었다. 불법 도박 및 성매매 의혹이 불거진 이 후보 아들을 향해선 “타짜냐”고 비아냥댔다.
문제는 과열된 네거티브전이 대선 이후에도 영향을 미치며 정국을 얼어붙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이 후보는 대선 승패와 상관없이 대장동 특검을 추진해 의혹 책임 소재를 끝까지 가려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 후보는 현 민주당과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민주당을 구분하며 전 정권에 대한 적폐 청산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기에 사전투표 부실 관리 사태가 겹쳐 박빙의 승부가 나오게 될 경우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영 분열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장동 사태 등과 관련해 두 후보와 양당 캠프 관계자들을 향한 고소·고발이 수십건을 훌쩍 뛰어넘은 점에서도 남은 갈등을 대화와 타협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9일 “양쪽 모두 통합 정부를 이야기하는데 곧바로 지방선거가 있다. 수사 중인 사안도 많아 대통령 신분이 돼도 안심할 수 없는 묘한 상황에서 당장은 협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정치평론가인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누가 당선되든 민주당은 국회 주도 특검을, 국민의힘은 검찰 수사를 하려 할 것”이라며 “정치권이 소상공인 지원금 등 문제를 화두로 올려 일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