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 승리로 집권하는 새 정부는 전임 문재인정부의 부채와 자산을 승계한다. 새 정부는 1987년 개헌 이후 성립된 제6공화국 8번째 정부다. 이번에 집권하는 새 정부는 무엇보다 이념·계층·성별·세대 등 거의 전 부분에서 심각한 갈등이 노출된 문재인정부의 후유증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통합’과 ‘협치’에 주력해야 한다고 짚는 이유다. 또 코로나19 방역, 부동산 문제 등도 풀어야 할 난제다.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와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 온라인 조사방식으로 실시한 ‘2021 한국인 공공갈등 의식조사’에서 응답자의 88.7%는 우리 사회의 집단 내 갈등이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응답자의 58.8%는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갈등이 심화했다고 답했다. 갈등이 줄었다는 응답은 8.1%에 그쳤다. ‘조국 사태’로 상징되는 문재인정부 5년간의 갈등은 결국 새 정부가 ‘분열된 대한민국’에서 시작하게끔 했다.
20대 대선 과정을 거치면서도 한국 사회의 갈등은 잦아들지 않았다. 오히려 증폭됐다. 양당 대선후보 모두 상당한 비호감도를 기록했는데, 상대 당 지지자들이 압도적인 혐오를 보낸 탓이 컸다. 전예현 우석대학원 객원교수는 9일 통화에서 “후보들이 세대, 양극화, 젠더 갈등을 조정한 국민통합을 잘 담아내지 못했다”며 “후보 본인과 가족들에 대한 네거티브 공방이 부각되면서 국가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가 뚜렷하게 제시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새 정부는 ‘갈등 해소’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단순히 말로만 통합을 외치는 것은 해법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역대 모든 대통령이 당선 직후엔 ‘모든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라고 했지만 다들 거꾸로 갔다. 문재인정부는 더 심했다”며 “새 정부는 무엇보다 실천적으로 ‘통합’을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정부 출범 직후 지방선거가 있고, 2년 뒤에는 총선이 있다”면서 “통합 정부를 이뤄내지 못하면 국민에 의한 심판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모두 대선 과정에서 코로나19 방역에 따른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충분한 손실보상, 부동산 가격안정을 위한 대규모 공급 등을 약속했다. 또 모든 대선후보는 새 정부에서 연금개혁도 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러한 여야 공통 공약을 추려 추진하는 방식에서 ‘통합’과 ‘협치’의 큰 줄기를 잡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특히 코로나19의 방역은 새 정부의 가장 시급한 해결 과제로 떠올랐다. 대선 선거 당일인 이날 신규 확진자는 34만명을 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최근 방역 당국의 방역 실패 원인을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태곤 더모아정치분석 실장은 “이번 선거에서 양당 후보의 메인 공약은 거의 방향이 일치했다. 뒤집어서 말한다면 한국 사회의 큰 방향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나와 있다고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정책 추진방식에서 사회적 합의를 기반에 둬야 한다”며 “정파 간 협력은 물론이고 여러 국민의 의견들을 물어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퓰리즘성 공약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공약에만 얽매이지 않고 재정 등 현실 상태를 고려해 접근해야 한다고도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제일 중요한 것은 재정을 사용하는 공약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라면서 “후보들이 재정 추계들을 내놓긴 했지만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고, 특히 현 정부에서 재정이 상당히 확대되었기 때문에 실제로 위험도가 높다”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각종 현금성 복지 공약들이 이뤄졌는데 재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정학적 상황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에 빠른 상황파악 및 대처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제기된다. 성 교수는 “거시적인 불안정성이 확대되고 있어서 빠른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