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국민의 심판을 받은 국민의힘이 5년 만에 윤석열 후보를 내세워 정권 탈환에 성공했다. 전국 선거에서 연패하다 5번째만에 거둔 승리다. 국민의힘으로선 이번 대선을 통해 정국 주도권을 회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게됐다. 그동안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최저임금인상, 주52시간제, ‘탈원전’ 정책 등을 강도높게 비판해온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들 정책의 수정 작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정책 선회 과정에서 2020년 총선에서 만들어진 더불어민주당의 강고한 입법권을 넘어서야 하는 난제를 안고 있다. 180석이 넘는 민주당과 정의당 등 범여권의 협조를 얻지못하면 어떤 법안도 처리하기 어려운 여소야대 상황이다. 5월에 새로 선출되는 원내대표는 여소야대를 뚫고 윤석열정부의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국무총리를 비롯한 초대 내각 인사청문요청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한 중진 의원은 원내대표가 갖춰야할 자질에 대해 “민주당의 비토가 강하지 않으면서 청와대와 여당 사이에서 협상을 이끌고 타협안을 만들 수 있는 정치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인수위가 꾸려지면 ‘이대남’(20대 남성)을 겨냥한 공약의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출구조사에서 드러난 여성들의 반감, 2030세대 여성을 중심으로 한 윤 당선인에 대한 집중적인 비토가 드러난만큼 여성가족부 폐지로 대표되는 젠더 관련 공약들이 수술대에 오를 전망이다. 이 후보가 투표 마지막 날 제안한 ‘공통공약 추진위원회’를 채택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탕평 내각을 꾸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역대 최악의 네거티브전을 벌였던 만큼 인수위원장부터 국민의힘 소속 인사 보다는 국민통합의 의미를 담아 진보와 보수 모두에 존경 받는 인사로 세워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인수위원장과 국무총리는 윤 당선인이 평소 말했던 것처럼 양식있는 민주당의 인사를 전격적으로 기용하는 것도 여소야대 국면을 풀어나갈 방안이다”고 말했다.
당 밖 인사인 윤 당선인의 청와대 입성으로 당·청 관계는 기존의 정치 문법과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전 대통령들은 대부분 소속 정당에서 잔뼈가 굵은 정치인 출신으로 당·청이 한 몸처럼 움직였지만 윤 당선인은 국민의힘에 입당한지 1년도 안된 상황이다. 대선 과정에서도 자신을 “국민이 만든 후보”라고 소개한 윤 당선인이 국민의힘과 어떤 관계를 정립해나갈지도 관심사다.
합당이 예고된 국민의당 세력과의 화학적 결합도 과제다. 특히 100일도 남지 않은 6·1 지방선거는 윤 당선인의 후광 아래서 치러지는 만큼 당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윤 당선인을 중심으로 뭉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방선거 공천을 놓고 윤 당선인 측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사이에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지방선거 공천을 두고 안 대표가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에 지분을 요구하고 이 대표가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두 사람 사이의 갈등 조절이 윤 당선인과 당의 과제로 떠오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