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제20대 대통령 선거 패배를 수습하기 위해 윤호중 원내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하는 지도체제를 출범시켰다.
다만 사퇴한 '송영길 지도부'의 일원으로 대선 패배의 일정 책임이 있는 윤 위원장 체제가 적절한지 이견이 제기되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비록 대선에서 패했으나 국민적 지지를 확인한 이재명 상임고문이 더 큰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은 전날(11일) 의원총회에서 윤 위원장이 6월 지방선거 이후 차기 전당대회까지 당을 이끌고, 신임 원내대표를 오는 25일까지 '콘클라베'(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단 선거 회의) 방식으로 선출하기로 뜻을 모았다.
윤 위원장은 13일까지 비대위원 인선을 마치고 14일부터 비대위 완전체 활동에 나설 예정이지만, 당 안팎에서는 윤 위원장이 당의 쇄신과 혁신을 이끌 비대위원장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선에서 이재명 상임고문과 단일화했던 김동연 후보의 소속 정당 '새로운물결'은 신철희 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윤호중 원내대표는 정치개혁에 맞지 않는 인물"이라며 "대선 기간 외쳤던 정치 교체와 개혁에 대한 생각이 정말 변함없는지 의심스러운 모습이 보인다"고 비판했다.
한 재선 의원은 "다른 사람이 비대위원장을 하는 게 정답"이라면서도 "혁신과 쇄신을 보여줄 만한 인물, 다양한 입장의 의원들의 공감을 얻을만한 사람을 찾기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다른 재선 의원은 "윤 위원장이 새로운 비대위원장을 모실 때까지만 이끄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선에서 윤석열 당선인에게 25만표(득표율 0.73%p) 차로 석패한 이재명 상임고문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두관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윤호중 원내대표 중심의 비대위로는 검찰의 칼날도, 지방선거의 승리도 보장하기 힘들다"며 "이재명 비대위원장만이 위기의 당을 추스르고,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광재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재명 후보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있다고 본다. 결국은 27만 표 차이지 않나"라며 "(지선에서) 역할을 할 수 있으면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지지자들도 '이재명 등판'에 힘을 싣고 있다. 한 권리당원은 게시판에 "한동안 관심 없던 민주당 홈페이지에 접속하고 당비를 올렸다"며 "이재명 후보를 당대표로 추대해 대오를 정비하자"고 제안했다.
이 고문을 지지했던 여성 유권자들 중심으로 입당도 줄을 잇고 있다. 민주당 서울특별시당에 따르면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온라인 입당자가 1만1000여명으로 집계됐다. 1만1000여명 중 여성이 80%에 달하고 특히 2030 여성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고문이 "여러분은 지지 않았다. 패배의 모든 책임은 부족한 저에게 있다"고 소회를 밝힌 상황에서 당장 중앙정치 전면에 나서기에는 이르다는 관측이다.
한 중진 의원은 이 고문의 등판론에 대해 "너무 빠른 이야기다. 충정은 이해하지만 부담을 주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대선 패배에 책임이 있다는 사람을 지방선거를 대비한 비대위원장으로 한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며 "본인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윤호중 비대위에 대해서는 "여전히 안이하다. 가장 쉬운 방법을 택한 것"이라며 "변화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순탄하게만 가려 한다. 외부의 덕망 있는 사람을 위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