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대선 이후 추진하기로 합의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이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과 안 대표 측 모두 “신속한 합당”을 강조하고 있지만, 합당 과정에서 국민의당의 ‘지분’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특히 오는 6월 지방선거 공천권이 갈등의 뇌관으로 꼽힌다.
13일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에 따르면 양당은 합당에 대해선 이미 윤 당선인과 안 대표가 합의를 마친 만큼,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마무리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이미 다(합당을) 하기로 한 것 아니냐”며 “당이 ‘대선 모드’에서 집권여당으로, 또 ‘지선 모드’로 정비 되는대로 빠르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당선인도 지난 10일 당선 인사 회견에서 국민의당 안 대표의 역할에 관한 취재진 질문에 “일단은 (국민의당과) 신속한 합당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윤 당선인이 이날 안 대표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으로 발표하면서 합당 논의 역시 급물살을 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애초 안 대표가 인수위원장을 맡지 않을 경우 합당 후 당권 경쟁에 뛰어들 것이란 예상도 있었으나, 결국 인수위 참여를 통해 새 정부 구성 단계부터 함께하며 윤 당선인과 합의한 공동정부 추진에 무게를 두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당이 사실상 흡수통합되는 상황에서 무리한 당권 요구보다 실리를 택한 것이란 해석도 있다.
일단 양측의 합당 조건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대선 때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국민의당 안 대표의 협상 대리인으로 나섰던 이태규 의원에게 제시한 조건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는 대선 전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의 합당 등을 예로 들며 국민의당 인사를 당 최고위원이나 조직강화특별위원, 6·1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 등에 임명하는 식으로 ‘예우’하겠다고 꾸준히 강조해왔다. 이런 조건에는 국민의당 역시 별다른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아왔다.
그러나 막상 합당 논의가 시작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불협화음이 터져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4·7 재보궐선거 이후 양당의 합당 협상 과정에서 이견이 컸던 합당후 당명 변경이나 공동대표체제 도입 등은 이번에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지방선거 공천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 차가 첨예한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입장에선 논의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지방선거 공천 지분을 기대할 수 있다. 그동안 정치 명분으로 삼아온 ‘제3지대론’을 단일화로 포기한 만큼, 당 출신 인사들이 오는 지방선거에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배려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출신에 관계없이 ‘특별한 배려’는 없다고 천명해왔다. 이 대표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지방선거 공천은 경쟁식(경선)으로 할 예정이라 공천권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그는 지난 11일 라디오에서도 “지역에 경쟁력 있고 지역을 위해 노력해온 인사를 선발(공천)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안 대표가 인수위원장으로서 새 정부 조직이나 인선 등에 충분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고 여길 경우 합당 과정에서 ‘더 많은 지분’을 요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