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폐지되면 성폭력 피해자들은 아예 지원받을 수 없는 건가요?”
제20대 대통령선거 결과가 나온 지난 10일 네이버의 지식 공유 서비스인 ‘지식인’에 올라온 글이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해 온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자 여가부의 주요 사업이 중단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며 이런 질문을 남긴 것이다. 작성자는 청소년과 가족 정책 사업도 언급하며 “지원받을 다른 방법이 있냐”고 물었다.
하지만 여가부가 추진한 정책이 여성 권익 향상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다거나 여성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남성에 대한 ‘역차별’을 낳았다는 주장이 일부 남성을 중심으로 확산하며 여가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나타났다. 대선 기간 20대 남성 유권자 표심을 겨냥해 여가부 폐지 공약을 내세운 윤 당선인은 이날도 인수위원회 인선 발표를 하면서 “(여가부가) 이제는 역사적 소명을 다하지 않았느냐”며 여가부 폐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여성들이 여전히 차별받거나 성별을 근거로 한 폭력을 경험한다며 여가부 존속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여가부 폐지 공약은 더는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는 것을 전제하지만, 여성들이 느끼는 현실과 거리가 멀다”며 “인권국가로 나아가는 흐름에서 성평등 가치를 되돌리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역행”이라고 비판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도 “경제활동 참여율이나 고용률, 임금 등에서 성별 격차가 크고 출산이나 양육으로 인한 여성의 경력단절도 많다”며 “한국사회가 양성평등이 됐다든지 (여가부가) 불필요하다는 주장은 정확하지 않고 현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여가부 폐지가) 남녀 대결로 이어질 것이 아니라 정부나 기업의 정책을 바로잡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에는 여가부와 같은 성평등 정책 전담기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달 25일 발행한 ‘국내외 성평등 정책 추진체계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2020년 기준 194개 국가에 성평등 정책 전담기구가 설립돼 있다. 보고서는 여성이나 젠더 문제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정부기구를 둔 국가가 늘었고, 특히 권한이 많은 독립부처 형태의 기구로 전환된 곳이 많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성평등 추진체계의 국내외 현황과 과제’ 보고서도 “정치 공학적인 시각이나 인기에 영합하여 단순히 부처의 통폐합 또는 축소·확대에 대한 논의에 그쳐서는 안 되며, 전반적인 성평등 정책의 추진, 실행, 효과 등이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실적으로 여가부 폐지가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여가부 폐지를 위해선 정부조직법을 바꿔야 하는데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