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선 패배의 수렁을 극복할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상임고문의 '역할'을 둘러싼 당내 잡음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뉴스1에 따르면 당 일각에선 이 상임고문이 오는 6·1 지방선거에서 비대위원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고, 이 상임고문 측근 의원들은 이를 만류하고 나서는 등 당분간 비대위를 둘러싼 불협화음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비대위는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공식 출범을 알린다.
앞서 송영길 당대표가 지난 10일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 지도부와 전격 사퇴하고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알린 지 나흘 만이다.
비대위 수장인 윤 위원장은 전날(13일) N번방 추적단 '불꽃' 활동가 박지현(26) 선거대책위원회 디지털성폭력근절특위 위원장을 공동 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 인선을 발표했다.
두 공동위원장을 포함 총 8명으로 구성된 비대위는 조응천·이소영 의원, 배재정·채이배 전 의원, 김태진 광주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 권지웅 청년선대위 공동위원장이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윤 위원장을 향한 당 일각의 반발이 이어짐과 동시에 이 상임고문의 역할론도 계속되는 모습이다.
반기의 중심엔 김두관 의원이 있다. 김 의원은 지난 11일부터 지속적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윤호중 비대위로는 안 된다, 이재명 후보가 비대위원장을 맡아 민주당을 혁신하고 지방선거를 지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 위원장 사퇴 서명 운동까지 나선 김 의원은 전날 비대위 인선 발표 후에도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은 탁월한 인선이지만, 윤 위원장의 사퇴가 없다면 소용없다"며 "지방선거는 어차피 질 것이니 윤 원내대표로 지방선거를 관리하자는 것이 당의 생각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이광재, 이수진(서울 동작을), 정춘숙 의원 등이 '윤호중 비대위'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하며 '이재명 역할론'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이 상임고문 측근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발의 목소리도 나온다.
안민석 의원은 전날 SNS를 통해 "대선 패배 후 도올 선생님을 뵈었는데 '민주당의 귀한 자산이 된 이재명을 당장의 불쏘시개로 쓰지 말고 아껴야 한다'고 하셨다. 그렇다"라며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이 상임고문의 역할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상임고문은 당분간 정치 일정보단 휴식에 전념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 상임고문의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방선거까지 80일가량 남은 상황에서 윤호중 비대위가 물리적인 시간 등으로 볼 때 가장 바람직한 선택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아무리 지방선거가 급하다고는 해도 이 상임고문이 선거에서 패하자마자 바로 나서는 법이 어디 있겠느냐"라며 "그건 이 상임고문을 위해서라도 어려운 일"이라고 일축했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 또한 SNS를 통해 "'이재명 비대위원장'은 너무 가혹한 얘기"라며 "무슨 정치적 계산이 아니라면 이해하기 어렵다. 다시 일어설 기운을 낼 시간마저 뺏는 모질고 명분 없는 주장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자칫 민주당 내 계파 싸움이 수면 위로 드러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정치평론가는 "지금 '이재명 비대위'를 외치는 사람들은 대게 당의 비주류"라며 "윤 위원장이 친문(친문재인) 핵심이자 당내 주류이기 때문에 일각의 목소리가 나더라도 전체 민주당이 동요하긴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다만 이 상임고문이 이번 대선 득표율로 영향력을 확인한 만큼, 이재명 비대위를 요구하는 이들의 목소리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사태를 빨리 수습하지 못하면 자칫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혼란에 윤 위원장은 전날 "우리는 백가쟁명의 정당이다. 다양한 의견이 분출되는 가운데 가장 훌륭하고 적합한 해법을 찾아가는 게 민주당의 강점"이라며 "이 후보의 거취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시간을 드리는 게 어떨까 생각한다. 지방선거에서의 역할 역시도 후보께서 결정하실 일이라고 생각하고 (이 후보가) 결정하면 그것을 존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