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침공 뒤 러시아 내 세대 갈등 격화

장년·노년층 주로 TV로 정보 얻어
반전 시위까지 나서는 젊은 층과 충돌
13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맥도날드 매장 안팎 풍경. 모스크바=AP연합뉴스

“어머니는 정부의 말을 그대로 믿고 있어요. 전쟁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때문에 일어난 것이고, 러시아는 스스로 방어해야만 한다고요. 실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어머니께 제대로 알려드리고, 생각을 바꾸시게끔 하는 게 저의 임무가 됐습니다.”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의 작은 마을에 사는 빅토리아 고흐(28)의 푸념이다. 그는 지난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반전 시위에 가담한 혐의로 체포됐다.

 

13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빅토리아와 같은 고민을 하는 젊은이들이 러시아에서 늘어나고 있다. 기존 러시아 사회에 만연했던 세대 갈등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를 침공을 계기로 격화하는 모습이다.

 

모스크바에서 정보기술(IT) 업계에 몸담고 있는 드미트리도 이번 전쟁을 계기로 부모와 사이가 걷잡을 수 없이 멀어졌다. 침공 첫 주 동안 부모에게 우크라이나 도시가 포격 당하는 영상을 계속 보여줬지만, 그들의 생각을 변화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드미트리는 “침공 일주일 뒤 저는 집을 떠났고, 어머니는 문자로 저에게 ‘조국을 배신하고 있다’고 했다”며 “심지어 아버지는 최근 우크라이나 마이우폴의 산부인과 포격에 대해 우크라이나 당국의 자작극이라는 주장까지 했다”고 밝혔다.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부모님과 다시 같은 테이블에 앉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부모님은 나를 국가의 적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내에서 무력 침공에 대한 반감은 젊은 층 위주로 형성돼 있다. 지난해 12월 러시아 여론조사기관 레바다센터 발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교전이 발생할 경우 러시아가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편에 서서 무력 충돌에 참여해야 하는가’라는 응답에 43%가 찬성했는데 55세 이상 응답자 중에서는 54%가 찬성했고, 18~24세 연령층에서는 34%만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55세 이상에서 34%, 18~24세에서 53%로 연령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젊은 층과 기성세대 간 정보 접근의 차이가 견해 차를 더 벌린다고 분석한다. 러시아 관영 언론들은 이번 침공을 ‘특별 군사 작전’으로 지칭한다. 우크라이나인들을 억압으로부터 해방한다는 명분이다. 러시아 싱크탱크인 카네기 모스크바 센터의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러시아에서 젊은 층은 반우크라이나 정서를 가질 가능성이 적다”며 “반전 시위가 젊은 층 위주로 일어나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했다. 이어 “이번 전쟁에 대한 인식은 어느 매체로 정보를 얻는지에 따라 다르다”며 “TV에 의존하는 사람들의 경우 정부의 말을 믿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부연했다.

 

지난해 8월 발표된 러시아 내 여론조사에 따르면 러시아 인구의 60% 이상이 정보 얻는 수단으로 TV에 의존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동시에 65세 이상 러시아 국민은 25세 미만 국민보다 TV를 시청할 확률이 51%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콜레스니코프 연구원은 “전쟁이 가족과 친구 사이에 갈등을 조성한다는 것은 놀랍지 않은 사실”이라며 “사람들은 자기편(러시아 정부)이 나쁜 사람들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기 매우 어려워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