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여성가족부 존폐 논쟁

여성가족부는 김대중정부 시절인 2001년 여성부로 출발한 초미니부처다. 출범 후 10년 사이 여성가족부→여성부→여성가족부로 이름이 3차례나 바뀌었다. 전성기는 노무현정부 때다. 보건복지부 소관이던 보육·가족 업무를 합쳐 여성가족부로 확대 개편했다. 이명박 정부는 ‘폐지위기→확대개편’이라는 갈지자 행보를 보였다. 그래봤자 지금도 정부 예산의 0.2%, 인력도 기상청의 4분의 1 수준인 18개 부처 등 가장 작은 부처다.

그런 여가부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존폐 논란에 사로잡히곤 한다. 20대 대선에서도 여전했다. 선거 열기가 무르익던 지난 1월 7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고 썼다. 고작 7자 공약에 온라인은 삽시간에 찬반논쟁으로 들끓었다. 이번 선거 결과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번 대선에서 ‘이대남’은 윤 후보에게, ‘이대녀’는 이재명 후보에게 60% 가까운 표를 몰아줬다. 전 연령대를 봐도 성별 지지도가 20%p 넘게 벌어진 건 20대가 유일했다. ‘갈라치기’ 논쟁이 일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자성론이 나온다. 선거가 끝난 후 패배한 여당에 여성 입당자가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대선은 끝났지만 진영 간 대결 구도는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얘기다.



젠더문제는 민감한 이슈다. 잘해도 본전, 못 하면 욕먹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윤석열 당선자는 그제 기자회견에서 “여가부가 역사적 소명을 다했다”며 여가부 폐지 의사를 재확인했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10대공약을 섣불리 철회하기는 곤란할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조직법을 좌우할 172석의 거대야당이 쉽게 맞장구쳐줄 리 만무하다.

여가부 책임이 크다. 성매매특별법 제정과 호주제 폐지 등 성과도 적지 않지만 ‘미투’ 운동의 대응에 소극적이었고 박원순·오거돈 성폭력 사건 등 권력형 범죄에 침묵했다.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예산, 인력의 한계 탓을 하지만 도를 넘었다. 여가부 폐지가 여성의 사회참여와 권익보호, 성평등의 퇴보를 의미하는 건 아닐 것이다. 이름에 연연해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소모적 논쟁만 일삼아선 곤란하다. 효율적 업무조정으로 정책효과를 극대화할 대안을 찾는 게 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