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취임) 이전도 힘들고 이후도 힘들고. 그 시간들이 힘들었습니다.”
17대 대선에서 승리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9일 만인 2007년 12월28일 청와대를 방문해 “힘드셨죠?”라고 묻자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답한 말이다. 두 전직 대통령은 그날 2시간가량 만찬회동에서 팽팽한 긴장감 속에 각종 국정 현안과 청와대 생활,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이 회동 말미 “(퇴임 후에도) 대통령직의 권위와 신뢰를 지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하자 이 전 대통령은 “후임자가 전임자를 예우하고 잘 모시는 아름다운 전통을 만들겠다”고 화답했다.
◆중앙청·체육관 등에서도 열린 취임식
취임식은 대통령직 인수활동의 화룡점정 격이다. 대통령이 향후 5년간 국정을 이끌 비전과 방향을 제시하고 대내·외에 새 정부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장중한 국가의식이기 때문이다. 취임식은 인수위와 국가의전을 담당하는 행안부, 지상파방송사들, 공모를 거친 민간기획사 등이 함께 준비한다. 대통령 당선인의 의견을 들어 인수위 측이 취임식 기조와 방식, 장소, 당부사항 등을 전달하면 실무단이 세부행사를 기획·준비한다.
으레 공식 임기 첫날 오전 국회의사당 앞마당에서 열리는 대통령 취임식은 사실 법령상 정해진 식장이 없다. 국회의사당은 ‘민의의 전당’이라는 상징성뿐 아니라 참석인원, 경호 측면에서 취임식을 갖기에는 최적의 장소로 13대 노태우 대통령부터 18대 박근혜 대통령 때까지 열렸다. 문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2017년 5월10일 낮 12시 국회의사당 중앙홀(로텐더홀)에서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한 취임식을 가졌다. 박주선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준비위원장은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코로나19 상황이어서 어떻게 많은 분들을 초청을 할 것인지, 어느 장소로 해야 될 것인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앞서 취임식은 경복궁 내 중앙청 광장(이승만·박정희), 옛 국회의사당(현 서울시의회·윤보선), 장충체육관(박정희·최규하), 잠실실내체육관(전두환)에서 열렸다. 윤 당선인은 국회 의정활동 경험이 없고, 집무실을 정부서울청사 별관 혹은 용산 국방부 청사 등으로 ‘탈청와대’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서울광장이나 용산공원 등에서 취임식을 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취임식 때마다 취임식장 후보지로 거론되던 광화문광장은 재구조화 공사가 진행 중인 까닭에 이번에는 열리지 않을 공산이 크다.
대통령 취임사는 당시 시대정신과 국민적 요구, 이념적 지향점에 따라 방점이 달리 찍혔다. 문 대통령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말과 함께 제왕적 권력의 분산, 분열과 갈등 해소, 한반도 평화, 경제와 민생 해결을 내세웠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다’며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을,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선진화의 길, 다 함께 열어가자’며 작은 정부·큰 시장 구현, 능동·예방적 복지, 교육개혁 등을 화두로 제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원칙과 신뢰, 공정과 투명, 대화와 타협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외환위기 극복,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발전, 차별과 특혜 타파 등을 강조했다.
◆대통령 퇴직연금 연 1억6800만원 달해
대통령 취임식에 전임자가 참석하기 시작한 것은 노태우 전 대통령 때부터다. 전두환 전 대통령 측이 당초 이·취임식을 동시에 갖자고 요구했는데, 임기 마지막 날 이임사 발표 및 환송만찬, 취임식 때 동시입장 식으로 절충했다는 후문이다. 이후 대통령은 퇴임 전 별도의 이임식 없이 청와대나 세종문화회관 등에서 국무위원 등과 오·만찬을 함께 하며 5년 임기를 마무리하는 게 굳어졌다. 이에 따라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독일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 퇴임식 직후 언급하고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올라온 문 대통령 퇴임식은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현행 법률에 대통령 퇴임식에 관한 규정이 없는 데다 관례적으로 대통령들이 별도 행사 없이 사저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5월9일 퇴임 후 현재 경호동 공사가 진행 중인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사저로 향할 예정이다. 대통령이 임기를 마친 직후 지방 사저로 향하기는 노 전 대통령의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행 이후 두 번째다. 관련 법령에 따라 사저 매입은 개인이 충당하지만 경호 시설·인력 비용은 국고에서 나간다. 경호·경비는 퇴임 후 기본 5년, 최대 10년간은 대통령경호처에서, 나머지는 경찰에서 담당하는데 경호 의무기간이 끝나더라도 관례적으로 경찰에서 최소한의 경호·경비를 지원한다.
전직 대통령 예우는 경호만 있는 게 아니다. 재직 중 탄핵됐거나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등이 아니면 연금이 지급되고 비서관 3명(고위공무원 가·나급), 운전기사 1명을 둘 수 있다. 대통령 퇴직 연금은 재직 마지막 해 받은 보수연액(報酬年額)의 95%에 상당하는 금액이다. 쉽게 말해 올해 연봉의 약 70%를 퇴직연금으로 받는다. 문 대통령의 올해 연봉은 2억4064만8000원. 문 대통령은 퇴임 다음달인 6월부터 매달 1400만원가량을 연금으로 받는다. 전직 대통령 사후엔 보수연액의 70%(현직 연봉의 50%)가 유족 중 배우자, 30세 미만 자녀 등의 순으로 지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