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부실관리 사태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노정희 선관위원장 사퇴를 계속 압박하는 가운데, 노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던 일부 상임위원을 향해 일선 직원들이 역으로 사퇴를 요구하는 내부 게시글도 올라왔다. 후폭풍이 계속 이어질 경우 70여일 남은 6·1 지방선거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일 세계일보 취재 등에 따르면 선관위 직원들이 사용하는 내부 익명 게시판에는 지난 16일 전국 시·도 선관위와 중앙선관위 소속 상임위원 15명이 노 위원장에 거취 표명을 요구한 건의문을 비판하는 게시글이 잇따르고 있다. 상임위원들은 당시 건의문을 통해 20대 대선 사전투표 부실관리 의혹을 지적하며 “대외적 신뢰회복을 위해 노 위원장의 거취 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 위원장 거취 문제도 깔끔하게 해결된 것은 아니다. 노 위원장은 내부 이메일 등을 통해 지방선거 준비 등을 이유로 사퇴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외양간(선관위)을 망가뜨려 가장 중요한 소(신뢰)를 잃어버린 노 위원장이 외양간을 제대로 고칠 리도 만무하다”며 사퇴를 거듭 요구하고 있다. 대한변협도 노 위원장 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선관위 내부에서도 비상근직인 노 위원장이 선거 사무를 정확히 알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과, ‘신뢰의 위기’에 봉착한 이번 사태에서 노 위원장 책임론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민주당 소속 행정안전위원회 위원들은 성명에서 “노 위원장 사퇴시 재적위원 6명으로 위원회가 구성돼 개의 및 의사 결정이 불가능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지방선거가 70여일 남은 상황에서 선관위가 신속하게 난맥상을 바로잡고 신뢰 회복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선거에서는 시·도지사, 구·시·군의 장, 지역구 시·도의원, 비례대표 시·도의원, 지역구 구·시·군의원, 비례대표 구·시·군의원, 교육감 등 7개 선거가 동시에 치러진다. 대선보다 관리할 변수도 더 많고, 인적·물적 자원도 더 많이 투입해야 한다. 코로나19 확진·격리자 폭증 상황도 부담이다. 선거현장 사무에 참여한 지자체들은 수당 인상을 요구하며 비협조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지방선거 기초 준비에는 착수한 상태라고 밝혔다. 김세환 전 사무총장 후임으로는 박찬진 사무차장이 직무대행으로 업무를 맡기로 했다. 노 위원장이 추인했다고 한다. 김 전 총장과 함께 교체하기로 한 선거정책실장·선거국장 후임이 정해지면 준비가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