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의 코로나19 손실 보상을 위한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방침을 밝혔다.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 50조원 규모의 소상공인 지원을 공약한 바 있다. 국회 과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도 ‘4월 추경’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2차 추경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주재한 인수위 간사단 회의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손실 보상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주면 빠르면 현 정부에 추경 요청을 할 수도 있고, (요청을) 안 들어주면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바로 준비된 추경안을 (국회로) 보내는 방안을 신속히 추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의 이같은 지시에 따라 인수위는 안철수 위원장이 직접 이끄는 코로나비상대응특별위원회에서 구체적인 추경 규모와 내용을 마련할 계획이다. 인수위의 추경안은 윤 당선인의 후보 시절 공약인 50조원 규모의 소상공인 지원에 무게를 두고 설계될 전망이다.
윤 당선인은 이날 회의에서 “코로나로 실의에 빠진 자영업자·소상공인들께 법과 원칙에 따라 영업시간 제한, 경영 제한에 대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며 “우리가 할 일은 이분들이 중산층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도와드리는 것임을 명심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에서 전했다.
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4월 추경을 언급하며 국민의힘을 향해 “국회에서 온전한 손실 보상과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추경 논의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스태그플레이션이나 국가채무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추경 규모나 재원 마련 방안 등을 둘러싼 이견이 좁혀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윤 당선인 측은 세출 구조조정을 통한 추경 재원 마련을 주장해왔으나, 가용한 재량지출 예산이 많지 않아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는 지적이다. 이는 국채금리 인상으로 이어지고, 최근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진 상황에서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인수위는 현금 지급뿐만 아니라 다른 지원 방식을 함께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 위원장은 이날 코로나대응특위 결과 브리핑에서 “새로운 (감염병) 유행이 나올 때마다 땜질식으로 추경을 계속 하면 사실 국가재정을 관리하는 데 여러 가지로 문제가 많다”며 “그래서 아예 특별회계를 만들면 법으로 재원에 대해 규정하게 돼 재정건전성을 살리면서도 우리 목적에 맞는 부분에 집중해 지원할 수 있게 돼 지금도 특별회계가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회계 설치는 윤 당선인의 대선 정책공약집에도 들어가 있는 내용이자 안 위원장이 대선 후보 시절 제안한 방안이기도 하다.
추경 규모 등에 대한 여야의 의견 접근이 이뤄진다면 이르면 다음달엔 2차 추경이 편성돼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다. 반면에 이견이 클 경우 추경안의 국회 제출이나 처리가 새 정부 출범 이후로 모두 밀릴 수도 있다. 정치권에선 6월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어 늦어도 5월에는 추경이 처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윤 당선인은 대선 기간 현 정부의 손실 보상 방식이 불완전하다며 ‘정당하고 온전한 손실보상’을 주장해왔다. 영업 제한 등 규제 강도와 피해 정도에 비례해 소상공인에 최대 5000만원을 지원하고, 국세청 등의 행정자료를 근거로 지원액 절반을 선 보상하겠다는 구상이다. 방역지원금도 기존에 지급된 1차 100만원, 2차 300만원에 600만원을 추가 지급해 최대 1000만원으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