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1000만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에 시민들이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2년간 'K-방역' 성공을 위해 '자유'를 반납했던 상황이 무의미해진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K-방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분위기다.
23일 뉴스1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 7일부터 13일까지 우리나라는 인구 100만명당 확진자 수가 4만2590명에 달해 세계 1위를 기록했다. 반면 누적 확진자 수 세계 1위인 미국의 100만명당 확진자 수는 765명에 그쳤다.
직장인 박모씨(38)는 "그동안 방역패스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시민들은 자유를 반납하고 방역 정책에 협조해왔는데 오미크론 이후 정부가 손을 놓은 느낌"이라며 "우리 같은 방역정책을 안한 외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누적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그동안 해왔던 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었던 건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오미크론 변이에 확진됐다 회복한 대학생 김주원씨(21)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도 못 가봤고, 어른들이 말하는 소위 '좋은 시절'에 만든 추억도 별로 없다"며 "그런데 결국 확진되고, 재택치료 때 확진 안내 문자도 확진 후 4일 뒤에나 도착하는 걸 보고 방역정책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꼬집었다.
자영업자들은 더욱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서울 광진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최모씨(41)는 "결국 자영업자들만 다 죽인 방역정책"이라며 "해외는 정책에 협조하면 그만큼 손해를 보상해줬다고도 하고, 우리나라처럼 영업에 제한을 오래 건 나라가 없는데 결국 이렇게 될 거였으면 뭐하러 했냐"고 정부를 비난했다.
서울 서초구에서 실내체육시설을 운영하는 오모씨(35)는 "특히 샤워 금지, 오후 9시 시간 제한 때 회원들이 많이 그만둬 굉장히 힘들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방역 잘하니 질문없냐'는 말을 했다는 기사를 보고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고 분노했다.
일각에서는 '정치방역'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직장인 조모씨(30)는 "방역 정책이 대선 이후로는 다 풀고 손을 놓은 모습"이라며 "정치인들이 정권 교체기에 기싸움하지 말고 국민의 생명에 신경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를 표했다.
직장인 김모씨(29)도 "대선을 앞두고 거리두기 해제하고, 소상공인 300만원 지급하는 모습 등을 보며 '정치방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정부가 자랑하는 K-방역의 취지를 잃은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현장에서 의료 체계 붕괴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인데, 사실 지금 시점에 방역 정책을 완화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며 "확진자뿐 아니라 최근 사망자도 하루에 수백명씩 나오는 상황에서 K-방역을 성공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