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눈여겨본 것은 아버지였다. 그가 중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 국내에 처음 생긴 조리 특성화 고등학교 진학을 권유했다. 본격적인 요리의 길로 들어선 과정이다.
조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경주대 외식조리학과에 진학, 학부 과정을 거치면서 미국 페어몬트 호텔에서 인턴십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 후 호주의 ‘키’(quay), 홍콩의 ‘라틀리에 드 조엘 로뷔숑’(L’atelier de Joel robuchon), 영국의 ‘시티 소셜 바이 제이슨 에서턴’(city social by Jason Atherton) 등의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요리를 배웠다.
노해동 셰프를 나타내는 요리 두 가지는 트러플 감자 테린과 이베리코 뼈등심이다. 첫 번째 메뉴인 트러플 감자 테린은 감자를 얇게 썰어 버터 샬롯 타임과 같이 오븐에 구워낸다. 오븐에서 나온 감자를 다시 겉면만 팬으로 튀기기 때문에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게 완성된다. 감자라고 생각하면 연상되는 형태와 전혀 다른 모양으로 완성되는데, 밀푀유 같기도 하고 켜켜이 쌓인 감자의 모습이 마치 지질학 책에서 보던 단층을 연상시킨다. 이런 모양을 만들기 위해 라사냐처럼 감자를 쌓아 올리는데, 그 안에 트러플 페이스트가 들어가고 마무리로 트러플을 갈라서 올려준다. 부드러운 감자와 트러플의 풍부한 향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계절 채소와 허브 마요네즈가 곁들여 제공되는데 이 모든 것이 입 안에서 하나로 뒤섞이면서 풍성하게 만들어내는 맛이 매우 견고하고 고급스럽다. 손이 매우 많이 가고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가장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감자를 활용해 고급스러운 풍미를 만들어내는 채소 요리이기 때문에 노 셰프가 지양하는 지점과 그 괘를 같이하고 있다.
두 번째 메뉴인 이베리코 뼈등심은 표면에 지방이 넉넉히 있어서 조스퍼의 숯불향을 잘 느낄 수 있는 메뉴다. 조리 전 염지를 통해 조금 더 촉촉하고 간이 골고루 밴 이베리코를 즐길 수 있다. 염지는 팔각, 월계수, 통후추, 코리앤더 시드(고수 씨앗)로 만든 염지액에 3시간 이상 재우는데, 이 과정에서 돼지고기 특유의 퍽퍽함이 사라지고 촉촉함이 살아난다. 조스퍼는 그릴링과 스모킹이 같이 되기 때문에 그 특징을 살려서 조리할 수 있다. 별도의 훈연칩을 사용하지 않고 고기가 지닌 기름이 녹으면서 나는 향으로 훈연해 고기 자체의 향을 극대화할 수 있다. 뼈등심 형태 그대로 살려서 플레이트만으로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 메뉴다. 마지막에 브라운 버터를 발라서 식욕을 자극한다. 우리나라의 멜젓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안초비와 올리브를 넣어 만든 토마토 소스와 함께 제공돼 익숙한 새로움을 느낄 수 있다.
노해동 셰프는 장르를 막론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는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셰프라는 직업이 매력적이라고 강조한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먹어보는 등 많은 시도가 필요하고, 그런 과정에서 성장하는 자신을 만나게 될 때 그 성취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죠.” 창작 과정을 통해 손님에게 한끼 식사를 제공하다 보면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지만 이 모든 부분을 상쇄시키는 건 고객들의 반응이다. 플레이팅, 매장의 분위기, 음악, 원가 등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다. 노 셰프는 하지만 “내가 만든 요리의 피드백이 손님 얼굴에서 바로 드러난다”며 “그들의 만족스러운 표정을 보면 지친 심신에 위로가 오고 다시 힘을 내게 된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