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이모(56)씨는 최근 서류를 볼 때마다 시야가 흐려 보였다. 몇 년 전부터 시력이 조금씩 떨어져 안경도 새로 맞춘 터라 어쩔 수 없는 ‘노안’으로 여겼다. 그러나 TV를 볼 때마다 눈부심이 심해 두통까지 생기면서 안과를 찾았고, 결국 ‘백내장’ 진단을 받았다.
백내장은 빛을 모아 망막에 상을 맺히게 하고 초점을 맞추는 역할을 하는 수정체가 불투명해져서 시력에 이상이 생기는 질환이다. 투명했던 수정체가 혼탁해지면서 안개가 낀 듯 뿌옇고 흐리게 물체가 보이고, 사물이 겹쳐 보이거나 눈이 부신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환자 대부분은 시력이 떨어지면 문제를 인지하고 병원을 찾지만, 시력 저하가 한쪽 눈만 심한 경우 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고령화에 따라 늘어나는 백내장 환자… 젊은 환자도 늘어
백내장 환자수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0년 107만6656명이던 백내장 환자수는 지난해 164만6580명으로 10여년 만에 53%가량 늘어났다. 급속한 고령화 영향 탓이다. 그러나 젊은 층도 안심할 순 없다. 최근 30∼50대 환자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16만3293명이던 30∼50대 환자수는 지난해 32만1760명으로 2배가량 늘어났다. 젊은 층의 백내장 증가는 아토피, 고도근시, 장기간의 스테로이드 사용, 당뇨, 자외선 노출과 흡연 영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디지털기기보다 햇빛 차단이 더 중요
LED 조명, 컴퓨터 모니터, 휴대전화 등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가 백내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논쟁이 진행 중이다.
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에서는 블루라이트가 백내장 발병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론했지만 사람에서는 확실한 인과관계가 나오지 않았다.
전 교수는 “동물실험을 기반으로 한 최근 연구결과에서는 블루라이트가 백내장 발생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론했다”면서도 “그러나 사람에서 확실한 인과관계를 밝힐 수 있는 결과는 아직 없다. 성인에서 블루라이트를 차단하면 백내장과 황반변성 예방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어린이의 경우는 오히려 근시를 유발할 수도 있다는 보고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안과학회도 블루라이트의 백내장 영향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국안과학회 대변인은 지난해 언론인터뷰를 통해 “디지털 기기보다 햇빛을 통해 더 광대하고 더 유해한 블루라이트에 노출된다. 블루라이트에 대한 과도한 차단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블루라이트 차단 정책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전체적인 사용 시간을 줄이고, 20분마다 20피트(6m) 떨어진 곳을 20초간 바라보는 ‘20-20-20’ 운동이 눈보호에 더 낫다는 것이다.
백내장은 천천히 진행되는 만큼 심하지 않으면 약물 치료를 받는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경우 혼탁해진 수정체를 인공수정체로 대체하는 수술을 받게 된다. 평균적으로 백내장 환자 중 수술을 하는 환자는 15% 정도다.
전 교수는 수술 판단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일상생활이 불편한 정도는 0.5 정도의 시력을 말하지만 환자의 예민함 등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며 “약물치료는 수정체대사산물로 만들어지는 유해물질이 수정체 단백과 결합하지 못하도록 해 수정체의 변성을 막는 약제를 쓰지만 이미 혼탁된 수정체를 되돌릴 수는 없다. 지연효과는 있지만 치료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