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시위 저격’ 이준석發 찬반논쟁 격화

출근길 지하철 집회로 운행 지연
李 대표 “전장연은 독선 버려야
투쟁방식 용인 땐 사회질서 깨져”

“당대표, 소수자 의견 들어야” 반박
“불편 초래 시위방식 부당” 동의도
전장연 측 “李, 대화 약속 안 지켜”
28일 3·4호선 ‘지하철 시위’ 예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뉴시스
#1. “장애인이 자기 가족이면 저렇게 말 못 한다. 장애인이 공공시설을 이용할 때마다 느끼는 좌절감을 알기에 집회도 이해한다.”

 

직장인 A(41)씨는 최근 장애인 이동권 확보를 위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선전전’에 대해 비판의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대해 “거대 정당의 당대표라면 소수 의견에 경청하는 자세가 먼저인데 오히려 장애인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2. “출근 시간에 너무하잖아요.”

 

최근 출근길에 장애인 지하철 이동권 시위로 열차가 멈춰서면서 불편을 겪은 직장인 B(28)씨는 “장애인들의 이동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이렇게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하는 방식은 옳지 못하다. 오히려 시민들의 반감만 더 살 뿐”이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이 대표가 최근 장애인단체의 지하철 시위를 두고 “시민을 볼모로 삼는 시위를 지속할 경우 현장으로 가서 따져 묻겠다”고 한 것에 대해 시민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지하철 운행 지연으로 출퇴근길이 늦어진 시민들의 동조도 이어지지만, 약자를 보듬고 사회 갈등을 해결해야 할 주체인 정치인이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의 반목을 부추기는 발언을 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지난 25일 전장연 회원들이 장애인 이동권 보장 등을 촉구하며 서울 경복궁역에서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던 중 이를 막아선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뉴시스

27일 전장연에 따르면 단체는 지난해 12월3일부터 지난 25일까지 출퇴근길 지하철 시위인 ‘출근길 지하철 탑시다’ 운동을 총 24번 진행했다. 전장연이 약 한 달간 중단했던 지하철 시위를 지난 24일부터 재개하자 바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지난 25일 지하철 시위로 1시간가량 퇴근시간이 늦어진 이모(28)씨는 “기사로 장애인들의 시위 취지를 접했을 땐 ‘그럴 수 있겠다’ 생각했지만 막상 (불편을) 겪으니 기분이 안 좋은 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장애인 단체를 연일 비판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장연은 독선을 버려야 한다”며 “‘불특정한 최대 다수의 불편이 특별한 우리에 대한 관심’이라는 투쟁방식을 용인한다면 우리 사회의 질서는 무너진다”고 꼬집었다. 그는 연이어 올린 글에서도 “지하철 출입문에 휠체어를 끼워 넣어서 발차를 막는 방식에 의존하시는데, 전장연이 하는 시위가 어떤 시위인지 사람들이 알아갈수록 단체가 지향하는 바는 이루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전에도 “전장연은 조건을 달지 말고 당장 서울시민을 볼모로 잡는 시위를 중단하라”(26일), “아무리 정당한 주장도 타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해 가면서 하는 경우에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25일)고 비판해왔다.

 

변재원 전장연 활동가는 “이 대표가 각 법안의 소위 담당 의원과의 면담 자리를 추진하고, 보다 이야기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으나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면서 “(전장연의) 정책 담당자로서 명확히 기억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송재룡 경희대 교수(사회학)는 “장애인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차별받는 소수자 집단 중 하나”라며 “정권이 바뀌면서 집권 여당이 될 당의 대표자인 이 대표는 대표적인 소수자 집단인 장애인 입장을 더 반영하고 포용하는 방식으로 대응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윤태 고려대 교수(사회학)는 “(지하철 시위는) 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정당한 요구”라며 “장애인 이동권이 아직까지 보장되지 않은 데엔 정치인에게도 책임이 있는데, 마치 남의 얘기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건 정치인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전장연은 28일 오전에도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4호선 혜화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25차 시위를 예고했다. 이날 시위에는 국민의힘 시각장애 비례대표 김예지 의원도 참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