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171분간 만찬 회동이 꽉 막힌 정국에 윤활유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뉴스1에 따르면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대선 19일 만인 28일 오후 5시59분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나 오후 8시50분까지 2시간51분 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만찬 회동을 했다.
한 차례 회동이 무산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대통령과 당선인이 직접 만남으로써 일단 대화의 물꼬는 튼 셈이다.
양측은 이 자리에서 감사원 감사위원 등 인사 문제와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등 가장 첨예하게 대립한 현안들에 대해 진전을 이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과 관련해서도 필요성을 공감하고 실무 협의를 해나가기로 했다.
역대 대통령과 당선인 간 만남과 비교할 때 대선 이후 가장 늦게 만났지만 가장 오랜 시간 마주 앉은 두 사람이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해냈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평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은 두 사람의 만남이 그간 얼어붙었던 정국이 풀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요 현안 중 하나인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위한 예산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의 의지를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청와대는 안보 공백을 이유로 임기 종료(5월9일) 전 집무실 이전은 무리하다며 윤 당선인의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윤 당선인으로서는 이전 일정을 조금이라도 앞당기려면 496억원을 예비비로 집행하기 위해 문 대통령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문 대통령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 지역에 대한 판단은 차기 정부 몫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정부는 정확한 이전 계획에 따른 예산을 면밀히 살펴 협조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양측은 인사권 문제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접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감사원 감사위원이나 한국은행 총재 등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장 실장은 "앞으로 문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인사 문제에 대해서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 비서실장이 국민들 걱정을 덜어드릴 수 있도록 잘 의논해주기 바란다고 말했고, 당선인도 장 실장과 이 수석이 잘 협의해주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등으로 안보위기가 고조된 상황에 대해서도 의견을 같이했다. 장 실장은 "대통령과 당선인은 국가 안보가 정권 인수인계 과정에서 한치의 누수도 없도록 서로 최선을 다해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추경 편성과 관련해서도 계속 협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장 실장은 "구체적인 규모는 언급되지 않았으나 실무적으로 계속 논의하자고 서로 말을 나눴다"며 "실무적 현안 논의는 이 수석과 제가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편에선 회동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문제나 여성가족부 폐지와 같은 정부조직 개편 문제는 거론되지 않은 만큼 언제든 양측 긴장 관계가 다시 조성될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추경 편성과 인사에 대해서도 원론적인 얘기만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이번 회동은 더 이상 잡음이 나오지 않도록 양쪽에서 양보를 함으로써 기존에 있는 갈등을 봉합했다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지금만큼의 충돌은 아니겠지만, 앞으로도 추경이나 인사 문제 등을 두고 갈등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여당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현직 대통령은 차기 대통령에게 당선을 축하하고 차기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을 존중하는 모습이었다고 한다"며 "국민 통합과 원만한 인수인계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고 대변인은 "현 정부에서 새 정부로의 인수인계에 대한 국민의 걱정을 덜어드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어 다행스럽다"며 "청와대와 인수위 사이에서 협의되는 사안들도 국민의 바람과 상식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원만하게 논의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