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57억 들여 미사일 쏜 北… 식량부족분 절반치 날렸다

2022년 11차례 발사비용 따져보니

ICBM 1회에 최대 366억원 소요
과도한 무기개발로 식량난 지속

“전체주민 41%가 굶주림 시달려”
유엔 北인권보고관도 우려 표명

김정은 “사상전 포격 집중·정밀화”
국방력 강화 속 ‘내부결속 다지기’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은 지난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올해 들어서만 11차례의 미사일 시험 발사로 최대 1억8500만달러(약 2257억원)를 공중에 날린 것으로 추정된다. 2012년 4월 집권하면서 북한 주민들이 더 이상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도록 하겠다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의 공언과는 달리 과도한 무기 개발로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난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9일 군 당국 등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월부터 최근까지 ICBM 4발, 중거리탄도미사일 1발, 단거리탄도미사일 8발, 순항미사일 2발 등 총 15발의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월별로는 1월에 7차례, 11발(중거리 1, 단거리 8, 순항 2), 2월에 ICBM 1발, 3월에 ICBM 3발을 쐈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에 들인 비용은 얼마일까. 사실상 정확한 산정은 쉽지 않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북한의 경제구조를 볼 때, 인건비나 부품 가격 등이 거의 없거나 저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구체적인 비용을 추산하는 것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 랜드연구소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이 최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대략적인 추정은 가능하다. 베넷 연구원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소용되는 비용(1회당)을 ICBM과 같은 장거리탄도미사일은 2000만∼3000만달러(244억∼366억원), 중거리는 1000만∼1500만달러(122억∼183억원), 단거리·순항은 300만∼500만달러(36억6000만∼61억원)로 추산했다. 이에 따르면 북한은 올해 15발의 미사일을 쏘면서 1억2000만∼1억8500만달러(1464억∼2257억원)를 사용한 셈이다.

이 중 최대치인 1억8500만달러는 올해 국제 쌀 기준가격(미국 농무부 기준)이 1t당 410∼430달러인 만큼 쌀 43만∼45만t가량을 살 수 있는 비용이다. 북한이 이달까지 허공에 날린 미사일 비용만 아꼈어도 올해 식량 부족분인 80만t의 절반 이상을 보전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49차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공식 보고서에서 북한이 올해 국가예산의 15.9%를 국방력 강화를 위해 투입했다고 밝혔다. 민생을 위한 사회경제적 우선순위에서 자원을 전용하고 군비경쟁을 더욱 부추긴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킨타나 보고관에 따르면 북한 전체 주민의 41%를 넘는 1000만명 이상이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그는 6∼23개월 영유아의 29%만이 ‘최소 허용 식단(MAD)’ 이상의 식사를 하고 있다며 “의미 있는 개혁을 추진하지 않은 정부의 실패 징후로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옆으로 장창하 국방과학원장(왼쪽)과 김정식 군수공업부 부부장(오른쪽)이 나란히 걸어가고 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이 같은 북한 주민들의 실상에도 김 위원장은 “우리는 강해져야 한다”며 강력한 공격수단들을 더 개발해 배치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특히 다음 달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과 김일성 주석의 110번째 생일(4월15일) 등을 계기로 북한의 추가 도발이 점쳐지는 상황이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전날 국회 외교안보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향후 정찰위성 발사를 빙자한 미사일 시험발사나 핵탄두 소형화 등을 위한 실험을 감행할 가능성 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반도 대결 국면을 고조시키고 있는 김 위원장은 국방력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동시에 경제난 등에 따른 민심이반을 막기 위한 내부 단속에도 신경 쓰는 모습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이 전날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개최된 당 제1차 선전부문일군(간부) 강습회 참가자들에게 서한을 보내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와의 투쟁에서 사상전의 포격을 집중화·정밀화하는데 대해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은 지난해부터 분야별로 최고지도자가 일선 조직들과 직접 접촉하는 방식의 행사를 잇달아 열고 있다”며 “제8차 당대회에서 나온 5개년계획 과업 관철을 독려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