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금리·높은 대출에 집값 상승 필요할 땐 강도 높여야” 권고도 새 정부 대출완화 기조와 배치돼 부동산세제 부작용 진단은 동일
국제통화기금(IMF)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등을 강화하고 있는 한국의 가계부채 대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문재인정부의 하반기 역점 사업인 ‘한국판 뉴딜’ 역시 향후 코로나19를 벗어나 한국 경제가 정상궤도로 전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대출 규제 완화와 한국판 뉴딜 예산 삭감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IMF가 새 정부 기조와 상반된 성격의 진단을 내놓은 것이다.
2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IMF는 연례협의 결과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LTV 비율 강화 및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에 대해 ‘환영한다’(welcomed)고 평가했다. 한국이 코로나19 위기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벗어나고 있지만 가계부채 문제가 불안 요소로 떠오르고 있는데, 이에 대응해 LTV 강화와 같은 ‘거시건전성 조치’가 효과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낮은 대출금리, 높은 신용대출, 부동산 투자수요’가 가계부채 증가 및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이었다고 진단한 IMF는 더욱 강도 높은 대출 규제(경기대응완충자본 도입 등)도 필요한 경우 사용할 만하다고 권고했다.
아울러 IMF는 한국판 뉴딜 사업을 통해 코로나19 이후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사회 통합을 개선하려는 한국 정부의 방침도 긍정 평가했다. 한국판 뉴딜 사업은 디지털, 그린, 휴먼 뉴딜로 이뤄진 사업으로 올해에만 33조1000억원이 편성된 문재인정부 하반기 역점사업이다.
IMF는 “앞으로는 정부가 만든 일자리보다 민간에서 지속가능한 일자리가 창출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근로자를 재교육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민간과 협력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한국판 뉴딜 계획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밝혔다.
IMF의 이런 권고 방침은 인수위 정책 방향과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인수위는 △생애 최초 주택 구매 시 LTV 80%로 상향 △지역 무관하게 실수요자 LTV도 70% 상향 등을 골자로 하는 대출규제 완화 정책을 다듬고 있다.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위한 50조원 규모의 2차 추경의 재원 마련을 위해 한국판 뉴딜 사업의 지출 구조조정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부동산 세제의 경우 IMF 역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마찬가지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주택자에게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를 중과한 것에 대해 IMF는 “주택 보유 비용을 높여 시장에 매물을 많이 내놓으려는 정책이었지만 단기적으로 ‘매물 잠김’ 현상만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IMF는 부동산 세제를 점검하는 것과 동시에 주택 공급을 늘리는 정책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IMF는 올해 한국의 물가상승률을 3.1%로 예상했다. IMF는 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를 의미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될 경우 한국이 단기적으로 재정 정책을 쓸 여력이 있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재정준칙을 만들고 세원을 넓게 확보해야 인구 감소 충격 등에 대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