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빌바오시에서 네르비온 강변에 구겐하임 미술관 건립을 추진할 때 많은 사람이 ‘철강과 조선의 도시에 무슨 미술관이냐’고 했다. 지금은 강과 수변을 활용해 조성된 매력적 공간에 근현대 미술이라는 문화가 결합되면서 매년 500만명이 찾는 최고의 도시 마케팅 랜드마크가 됐다. 경영학 마케팅 분야에서 활용되는 ‘빌바오 효과’로, 미술관 하나가 도시 전체를 살린 최고의 사례로 손꼽힌다.
세빛섬도 이와 비슷한 구상에서 시작됐다. 2006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던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던 세빛섬은 ‘한강에 문화의 꽃을 피우다’라는 주제로 시작된 세계 최초의 수상 컨벤션 공간이다. 필자는 세빛섬 추진을 위해 실제 강에 떠 있는 각종 공연장과 건축물을 조사하고 그 공법까지 확인했다. 서울시에서는 이 프로젝트를 공모 사업으로 진행했고, 필자도 이 사업에 참여할 회사를 모아 참가를 준비했다. 당시 회사 내에서는 이 사업이 가능하겠느냐부터 실제로 준공되면 수천t의 섬이 혹시 떠내려가지 않겠냐는 안전 문제, 토지가 없어 브릿지가 안 돼 사업 자체가 어렵지 않겠냐는 금융 문제 등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어떻게든 한국에, 서울 한복판에 랜드마크를 만들어야 하겠다는 일념으로 의기투합해 결국 준공했다.
초창기 세빛섬은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에 휩싸여 개장이 3년이나 연기되고, 여러 억측과 오명에 시달리면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한강의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세빛섬은 이내 세계적인 영화 ‘어벤져스2’ 촬영지로 명성을 얻으면서 점차 서울시민이 사랑하고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수변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도 많은 분이 세빛섬으로 한강 야경이 너무 멋있어졌다고 좋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