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 놓은 세뱃돈으로 선거를 준비 중이다. 정치가 별건가. 이 세상 모든 게 정치랑 관련된 일인데.”
최정현씨는 사상 처음으로 국가적으로 치르는 선거에 도전하는 10대다. 경기 남양주시의원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등록한 그는 부모나 주변 지원없이 자신의 힘으로 선거를 치르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1일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 사옥에서 만난 만 19세의 청년 최씨는 앳된 얼굴과는 다르게 “계급장 떼고 비전으로 승부하자”며 시종일관 패기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최씨는 가진 건 별로 없지만, 실생활에서 부딪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정치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그는 출마를 결심한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설명했다.
첫 번째는 교통문제 해결이다. 그는 “이제 경기도도 그렇고 특히 남양주는 교통문제가 심각하다. 교통편 자체가 한 번에 가고 싶은 목적지에 갈 수 없는 수준”이라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경춘선, 경의중앙선은 배차 간격도 20분 정도로 길다 보니 출퇴근 혼잡도 심하다. 이미 정치를 하는 분들한테 이런 문제가 있으니 고쳐달라고 하고 기다릴 수도 있지만, 선거법 개정 이후 기회가 생겼기 때문에 직접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는 진짜 공정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최씨는 “청년 정치가 최근 굉장히 활발해지면서 많은 분이 나오시는데 그분들이 가장 중요하게 말씀하시는 게 공정”이라면서 “그런데 청년이기 때문에 돈, 조직 없다며 우대해달라는 건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른 모습의 청년 정치도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2002년 4월15일생인 최씨는 최근 최연소 예비 후보로 알려지면서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최씨는 현재 국민의힘 남양주 을 당원협의회 청년위원을 맡고 있으며 대선 때는 경기도 선거대책위원회 남양주 을 청년본부 부본부장으로 활동했다.
최씨는 “함께 토론 대회에 참석해오고 지난해 책도 같이 쓴 친구가 있는데 지금 선거본부장을 맡고 있다. 그런데 이 친구는 진보라서 (국민의힘을 상징하는) 빨간색 재킷을 입을 때 가끔 자괴감을 느낀다고 말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색깔은 다르지만, 둘은 보다 밝은 미래를 손을 맞잡은 셈이다. 요즘 정치권의 화두인 ‘협치’를 떠올리게 한다.
최씨는 토론에는 자신이 있다. 그는 2019년 제18회 5·18전국고등학생토론대회 대상, 2020년 국회의장배 고교토론왕 대상 등 다수 대회에서 수상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 말 ‘스무 살 꼰대 정치에 이의 있습니다’를 내놓기도 했다. 책에서 그는 부동산 정책 등 문재인 정부의 실책을 과감하게 비판하며 현 정권을 무능, 무지, 무책임 정부로 규정했다.
“정책을 20번 넘게 바꾸었는데도 집값을 잡지 못했다는 것은 무능이다. 또 시장 원리에 무지했다. 예컨대 세금을 올릴 수는 있다. 그런데 집을 한 채만 갖게 하겠다면 보유세를 높이면 되는데 거기에 거래세까지 높여버리니까 이건 뭐 살 수도 없고 팔 수도 없는 상황을 만든 거다. 이런 점에서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다면 무지한 것이다.”
10대의 날선 평가다.
그는 “그러고는 장관 한 명 바꾸고, 이제 와서 (주택) 공급을 조금씩 늘리겠다고 하는데 공급 자체도 질 높은 공급이 아닌 데다가 신도시 짓겠다면서 교통 등 수반되는 대책도 없다. 그래서 무책임하다고 말씀드렸다”고 덧붙였다.
임대차 3법도에 대해서도 “임대차라면 임대인, 임차인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법인데 한쪽만 이득을 보게 하는 방식으로 법을 만들었다”며 “집을 내놓을 사람이 내놓게 유도해야지 내놓으면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씨는 현 정부가 이룬 성과를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성과로 대표적인 게 소방관 국가직화다. 원래는 소방관이 각 지역별로 맡아서 일하다보니 전국 단위에 문제가 생기면 총동원을 할 수 없었는데 국가직화를 하면서 그게 가능해졌다.
또 문재인 정부 동안 홍범도 장군 유해를 모셔오는 일 등 보훈을 챙긴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특히 보수라면 이런 부분에 더 큰 관심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독립운동가 등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과 그 후손들에게 실질적인 보상과 최고 예우를 다 하는 모습은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
정치색과 상관 없이, 공은 공이고 과는 과라는 얘기다. 최씨는 무조건 자기편이 옳다는 식의 ‘꼰대 정치’를 거부한다.
그는 “토론을 하다 보면 경우에 따라서 반대 측에서 입장을 개진해야 할 때도 있고, 반대 입장의 자료 등도 자세히 검토해야 한다”면서 “그러다 보니 입장이 다르더라도 나름대로 타당한 근거가 있구나, 합리적이었구나 하는 부분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기존 정치권은 우리 편이 무조건 옳다는 식이더라. 그런 게 ‘꼰대 정치’라고 본다”고 꼬집었다.
그동안 그의 보수에 대한 개념도 많이 바뀌었다.
“진보와 보수가 의외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보수가 뭐냐고 물어보면 5·18 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안 부르는 것, 세월호는 가슴 아프지만 애써 외면해야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에 대해 공부하다 보니 그렇지 않더라. 지금까지 보수가 입장을 지켜오는 데 급급했다면 진짜 보수가 해야 할 일은 가치와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지키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예를 들어 평화의 가치를 지킨다는 목적이 같다면 이를 위해 진보와 보수가 함께 하는 게 그다지 어렵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최씨는 정치권의 ‘갈라치기’ 등 구태의연한 행태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여기에는 같은 당의 대표이자 청년 정치인의 성공 사례로 볼 수 있는 이준석 대표도 포함됐다.
“이대남, 이대녀라는 규정도 지역감정처럼 구시대적 분류 같다. 우리는 현재 굉장히 다원화된 사회에 살고, 개개인을 하나의 용어로 규정하기 어려운 시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내가 왜 이대남이냐, 나는 저런 의제에 동의하지 않는데 왜 나를 거기에 포함하냐는 목소리도 상당히 크다.”
최씨는 소통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일갈한다.
“이준석 대표는 젊은 나이에 제1야당 대표라는 큰 기록을 세우신 분이고, 이번 대선에서도 이기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분의 강점이 이성, 논리 이런 부분인데 정치가, 또 세상살이가 다 논리만으로 되는 건 아니라고 본다. 또 소통방식이라든지 그런 것도 조금 바꾸실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최씨는 우리 정치가 세대, 성별, 진영에 갇히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는 결국 모두의 것이라는 게 그의 신념이다.
“청년이지만, 청년 정책에 국한할 필요 없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부동산 문제는 청년들도 문제지만, 신혼부부에게도, 은퇴하신 분들에게도 문제인 거다. 창업도 마찬가지다. 청년 창업이 주가 되겠지만, 어르신들도 충분히 은퇴 후 창업하실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래서 딱히 성별이나 세대로 한정 지은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모두의 문제인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