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지킬 앤 하이드’ 중 (한국) 오디컴퍼니 공연이 최고의 버전이다. 연출, 무대, 조명, 의상, 음향 등 (공연의) 모든 요소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프로덕션이다.”
1886년 영국에서 발간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의 이상한 사건(Strange Case of Dr. Jekyll and Mr. Hyed)’을 유명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 작가 레슬리 브리커스와 함께 각색해 뮤지컬로 만든 스티브 쿠덴의 평가다. 1997년 첫선을 보인 미국 브로드웨이를 비롯해 독일, 스웨덴, 일본, 체코, 폴란드, 이탈리아 등 세계 여러 곳에서 공연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중 한국 무대에 올려진 작품이 최고라고 극찬한 것이다.
특히 2008년 데뷔 이후 14년 만에 지킬 앤 하이드 타이틀 롤을 맡은 카이는 ‘처음 참여한 것 맞아? 왜 이제야 참여했지?’라는 의문이 들 만큼 지킬과 하이드를 완벽하게 연기하면서 한 인간의 본성에 자리한 선과 악의 이중성을 실감 나게 표현한다. 직전 공연인 ‘프랑켄슈타인’에서도 선과 악이 대립한 1인 2역을 해낸 게 도움이 됐을 듯하다. 뮤지컬을 보지 않은 사람조차 한 번쯤은 들어봤을 ‘지금 이 순간(This is the Moment)’이나 4분도 안 되는 시간에 지킬과 하이드를 20여 차례 오가며 불러야 하는 ‘대결(The Confrontation)’ 등 지킬 앤 하이드의 여러 명곡을 성악 전공자답게 안정적이고 매끄럽게 불러 관객 귀를 즐겁게 한다. 전작 ‘몬테크리스토’와 ‘엑스칼리버’ 등에서 프랭크 와일드혼 음악을 돋보이게 전달했던 카이답다. 이미 여러 대작 뮤지컬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카이에게 지킬 앤 하이드는 새로운 대표작이 될 법하다.
다른 주·조연 배우와 앙상블의 연기와 노래도 흠잡을 데가 딱히 없을 만큼 탁월하다.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런던 클럽 무용수로 유일하게 인간적으로 대해주는 지킬을 사랑하게 되지만 하이드에게 시달리다 끝내 살해당하는 ‘루시’ 역은 기존 시즌에 참여했던 선민과 해나, 새로 발탁된 정유지가 맡고 있다. 지킬의 약혼녀로 어떤 상황에서도 지킬을 믿어주고 위로하며 변함없는 사랑을 보여주는 ‘엠마’ 역은 계속해서 조정은과 최수진이 맡고 이지혜가 7년 만에 합류했다. 지킬이 일하는 성 주드 병원의 이사진이자 엠마의 아버지인 ‘댄버스 경’ 역은 김봉환이, 변호사이자 지킬을 항상 염려하고 걱정하는 친구 ‘어터슨’ 역은 윤영석이 연기한다.
카이와 정유지 등 일부를 뺀 대부분 배우가 그전 시즌에 참여했거나 손발을 맞춰본 적이 있어서인지 서로 호흡도 잘 맞는다. 여기에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이 감동과 전율을 배가시킨다. 1막 마지막에 등장하는 지킬의 ‘지금 이 순간’을 비롯해 각각 엠마와 루시가 부르는 ‘한때는 꿈에(Once upon a dream)’, ‘시작해 새 인생(A New Life)’ 등 프랭크 와일드혼 특유의 서정적이면서 격정적인 멜로디 라인은 관객이 작품 속 캐릭터에 더욱 깊이 몰입하도록 하면서 진한 여운과 감동을 선사한다. 다음 달 8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