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정부 마지막 총리, 尹정부 첫 총리로 호출… 한덕수 前 총리 발탁 배경은

보·혁 정권 넘나들며 풍부한 국정경험… ‘여소야대’ 돌파 카드로

4개정부서 중용… 실력·전문성 겸비
전주 출신… 지역색 옅고 정파성 없어
여소야대 상황 국회 인준 통과에 방점

정치경험 부족한 尹 당선인 보완도
책임총리제 실현할 인사로도 꼽혀
민주, 청문회 TF 구성 송곳검증 별러
새 정부 초대 국무총리에 지명된 한덕수 전 총리가 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3일 새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지명된 한덕수 후보자의 인선은 국회 인준 통과에 방점을 찍은 여소야대 돌파 카드로 분석된다. 한 후보자는 김영삼·김대중정부부터 노무현·이명박정부에 이르기까지 경제, 외교·안보 분야에서 두루 중임을 맡은 전문가로 2007년에도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무난히 통과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한 후보자 지명을 발표하며 경제와 외교·안보 분야에서 실력과 전문성을 두루 겸비한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윤석열정부는 극한의 여소야대 상황에서 코로나19, 부동산 문제 등 국가적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로 신승할 정도로 여론은 분열돼 있다. 정권 초반 주요 과제를 밀어붙일 국정 운영 동력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국회 172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과 현 여권과의 대립 구도도 이어지고 있다. 윤 당선인 측은 특히 청와대와 임기 말 인사권 행사,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문제 등을 놓고 정면 충돌하는 양상을 보였다. ‘선거의 시간’이 지속되면서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이 성찰의 시간을 갖기보다는 새로운 권력과 대립각을 세우며 지지층 결집에 나서고 있는 만큼 새 정부 초대 내각 인선 청문 정국은 국정 운영 동력 확보와 6·1지방선거 전략 측면에서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초대 총리 후보자가 낙마할 경우 국정 운영 동력을 급격히 상실하고, 지방선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윤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총리 인선에 협치, 통합, 위기관리 능력에 방점을 찍고 내부적으로 엄격한 검증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실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선을 직접 발표한 뒤 후보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한 후보자는 진보·보수 진영을 넘나들며 각 정권에서 중용한 경제, 외교·안보 전문가다. 전북 전주 출신으로 지역색이 옅고 정파성이 거의 없다는 평가가 강점으로 꼽힌다. 민주당에서도 반대할 명분이 적은 점에서 여야 협치, 국민 통합을 이룰 적임자라는 평가가 총리 지명의 주요 요인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당선인의 정치 경험 부족과 다소 거친 성향을 보완해 줄 안정감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도 있다. 개성이 강했던 노 전 대통령을 취임 초 고건 전 총리가 뒷받침했던 과거 사례와 유사하다. 윤 당선인이 강조한 ‘책임총리제’를 실현할 인사로도 꼽힌다.

윤 당선인은 이날 “정부는 대통령과 총리, 차관같은 주요 공직자가 함께 일하고 책임지는 구조”라며 “가급적이면 가까이에서 일할 분의 의견이 제일 존중돼야 한다는 것에 저나 한 후보자의 생각이 같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 후보자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청와대의 과도한 권한 집중을 내각과 장관 쪽으로 옮겨서 일을 추진하고 책임지는 것이 결국은 행정부 전체 운영에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한 후보자는 노무현정부에서 한·미 FTA를 준비 단계에서부터 실행까지 도맡아 추진했다. 2008년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미국 측이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하자 이 전 대통령은 한 후보자를 주미대사에 임명하며 ‘소방수’ 역할을 맡겼다.

사진=인수위사진기자단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날 한 후보자에 대해 “경제, 외교, 통상, 통합을 관통하고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분이기에 항상 하마평의 교집합으로 거론됐다”고 말했다. 올해 73세인 한 후보자의 나이가 부담이라는 지적에는 “외교·경제·통상을 관통할 수 있는 시간들이 필요하지 않았겠느냐”며 “그 연세라는 게 경륜으로 본다”고 했다.

다만 국민의힘 일각에선 여야 협치, 국회 인준 통과에 방점을 찍다 보니 윤 당선인의 ‘공정과 상식’이라는 개혁성 이미지가 약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내부 검증 과정에서 한 후보자의 김앤장 고문 시절 수임료 문제가 공정과 상식 기조를 흔들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위는 검증 결과 청문 정국을 돌파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민주당은 ‘송곳 검증’을 벼르고 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총리 후보와 관련해 “고향이 어디냐, 어느 정부에서 일했느냐 등은 전혀 고려사항이 아니다. 시대에 적합한 리더십과 역량을 가지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며 인사청문회 태스크포스(TF)를 꾸리겠다고 밝혔다. 총리 인준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 시 가능하다. 민주당이 172석(57.3%)으로 과반 의석인 상황에서 민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