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형 성범죄 은폐 방지 3법’ 필요할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법무부, 인수위에 “적정성 검토 필요…추진 곤란”
선출직 공무원 등의 성범죄조사위 설치는 ‘찬성’
법조계 입법 필요성 동의…“기존 법 잘 운용해야”
“무고죄 처벌 강화 함께 얘기하는 건 문제” 비판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세계일보 자료사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법무부가 일명 ‘권력형 성범죄 은폐 방지 3법’ 입법을 두고 또 한 차례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입법 필요성 등에 관심이 쏠린다.

 

법조계에 따르면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지난해 1월28일 선출직 공무원 등의 성범죄조사위원회 설치에 관한 법률안,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 개정 법률안,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세 법안을 통틀어 권력형 성범죄 은폐 방지 3법이라 한다.

 

선출직 공무원 등의 성범죄조사위원회 설치에 관한 법률안은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조사하고 제재하기 어려운 선출직 공무원 등의 성희롱·성폭력 범죄를 투명하게 조사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성범죄조사위를 설치·운영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에는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성폭력 피해자의 사실적시에 따른 명예훼손 처벌 시 위법성 조각 사유를 신설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성폭력방지법 개정안엔 국가기관의 장 등이 해당 기관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경우 그 사실을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통보하고 그로부터 1개월 이내에 사건 처리 결과와 재발 방지책을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지난달 29일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적정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추진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의 경우 형법에 위법성 조각 사유가 있어 추가 입법이 불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형법은 ‘사실적시 명예훼손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못 박고 있다.

 

다만 법무부는 선출직 공무원 등의 성범죄조사위 설치는 찬성한다는 의견을 냈다.

주영환 법무부 기조실장 등 법무부 직원들이 지난 3월2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업무보고를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

인수위가 권력형 성범죄 은폐 방지 3법 입법을 추진하는 데 대해 법조계에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우선 기존 법을 잘 운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 피해자 측 김재련 변호사는 “취지 자체는 환영할 만하다”면서도 “권력형 성범죄 피해자가 가장 힘든 건 (가해자) 지지자들, 소속 정당 유력 정치인들에 의한 지속적인 2차 가해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 규정이 이미 있어서 그걸 실효적으로 잘 접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성폭력방지법엔 ‘국가와 지자체는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2차 피해 방지 지침, 업무 관련자 교육 등 필요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서혜진 변호사도 “권력형 성폭력이 계속 문제가 되고 있기에 (방지법) 방향성은 괜찮다”고 입을 모으면서 “조사위 위원의 자격이라든지 위원들이 어떤 사람들로 구성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주혜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에 따르면 조사위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3인, 국회에서 선출하는 3인,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의 위원으로 꾸려진다.

 

방지법 입법과 맞물려 논의되는 무고죄 처벌 강화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무고죄 법정형 강화를 공약한 바 있다. 현행 형법상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해 허위 사실을 신고해 무고한 자는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서혜진 변호사는 “무고죄 처벌 강화를 자꾸 같이 얘기하는 건 문제”라며 “성폭력 피해자들을 잠재적인 무고 가해자들로 전제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성폭력은 피해 신고율이 10%가 안 되는 대표적인 암수 범죄인데 (무고죄 처벌 강화를 얘기하는 건) 피해자들이 왜 신고를 못 하는지, 현실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거죠. 직장 내에서 일어나는 권력관계에 의한 성폭력의 경우 피해자들 사이에선 가해자와의 권력 불균형 때문에 무고 가해자로 몰릴 수 있다는 두려움이 큽니다. 무고가 아닌데도요. 무고가 (피해자들을) 압박하는 수단이기에 그렇게 학습된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서 변호사는 “무고죄 형량이 다른 나라들보다 낮은 것도 아니고, 통계적으로도 성범죄가 무고가 된 사건이 별로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