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전 전남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이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고소당했다.
5일 여수상의 이용규 회장은 고소 대리인 법무법인 태경을 통해 A 전임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등에 관한 법률위반(횡령)과 업무상 횡령혐의로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에 고소했다.
이 회장은 2015년 3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여수상의 회장을 역임한 A 전 회장이 공적자금을 집행하면서 개인 계좌로 이체하거나 목적에 부합되지 않는 용도로 사용하는 등 9억7000여만원 상당의 자금을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고소장에는 전임 A 회장이 언제, 어떤 계정으로 출금을 했는지 등의 내용이 자세히 담겼다. A 회장은 지난 2015년 3월 여수상의 계좌에서 자신과 당시 상의 부국장 명의의 계좌로 530만원을 이체한 것을 시작해 지난해 2월까지 총 410회에 걸쳐 여수상의 공적자금 8억1000천만 원을 인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A 회장은 2015년 3월 25일 서울 송파구의 한 와인전문 업체에서 와인 16병을 구매하면서 상의 법인카드로 1035만원을 결재한 것을 비롯해 지난해 2월까지 총 48차례에 걸쳐 1억6500여만원 상당의 와인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일부 금액은 상의 계좌 이체 방식으로 구입했다.
여수상의 측은 특히 A 전 회장이 같은 기간 거액의 공금을 지출하면서 개인 계좌로 이체하거나 영수증 없이 집행하는 등 사용처가 불분명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업무추진비와 대외협력 사업비, 지역개발지원비 대회원사 워크숍 경비 등의 명목으로 A 회장 임기 동안 현금 또는 개인명의 계좌로 이체했으나, 어떤 명목으로 사용했는지에 대한 증빙자료조차 남겨두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고가의 와인을 사적인 용도로 구매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현 이용규 회장 측은 “A 전 회장이 2017년 4월 프랑스에서 와인 3병에 874만원을 결재하는 등 1병당 단가가 300만원에 이르는 고가의 와인을 구입했는가 하면, 해외에서 20여만원이 넘는 고가 와인을 회원사 방문 기념품 명목으로 구입해 놓고선 A 회장 측이 운영하는 보성CC 골프장으로 보내지는 등 실제로는 사적인 용도로 쓴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여수상공회의소가 주최한 행사가 A 전 회장 사적 이익을 위해 개최했다고도 지적했다. 여수상의는 2015년 3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상의 회원사를 대상으로 145건의 골프행사를 열었다. 소요 경비는 7억6600여만원에 달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행사가 다른 지역인 보성CC에서 열렸다는 점이다.
보성CC는 A 전 회장이 운영하는 와이엔텍 소유의 골프장으로 매출 증가시키는 수단으로 여수상의 공적자금을 사용했다는 게 이용규 회장 측의 주장이다. 여수상의는 그동안 부정 인출한 공금 회수 협조 요청을 통해 최근 A 전 회장 측으로부터 2억원을 입금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고소에 따라 검찰은 조만간 고소인 조사에 이어 피고소인 소환조사 등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 여수상의 회장단의 전임 회장에 대한 공금횡령 의혹은 지난해 3월 여수상의 24대 회장선거에서 당선한 새 회장단이 업무인계인수 절차를 밟으면서 A 회장 등이 제대로 협조하지 않자 법무법인 등에 외부감사를 맡겨 5개월여 간 조사를 통해 구체화됐다.
이 감사는 A 회장의 재임 기간 중 최근 6년간 자금 집행 과정만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여수상의는 고소 내용 외에도 감사에서 밝히지 못한 각종 비리 혐의를 철저히 수사해줄 것으로 요청했다.
이와 관련 A 전임 여수상의 회장은 “상공회의소의 존재 이유는 기업을 대변하고 여러 일들을 하는데, 모든 것은 법에서 말해주지 않겠냐”며 “(저는) 양심에 어긋나는 일을 한 적이 없고, 사적으로 이익을 취했다면 어떻게 18년 동안 회장을 했겠냐”고 반문했다.
한편 A 전 회장은 2015년 3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제22대, 23대 회장을 맡았다. 앞서 1994년 4월부터 2006년 3월까지 제15대∼18대 회장을 역임하는 등 18년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