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은 먼저 온 통일입니다. 미래 통일한국을 위해 투자한다는 마음으로 탈북민을 바라봤으면 좋겠습니다.”
탈북민들 사회적응과 생활안정, 교육·취창업 등 지원 사업을 전담하고 있는 남북하나재단 정인성(65) 이사장은 요즘 고민이 많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으로 자유 한국에 정착한 3만4000여 탈북민들이 주변으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어서다. 정 이사장은 “최근에 한 탈북민이 세 들어 있던 집에서 쫓겨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2020년과 지난해 대북전단 관련 문제가 사회이슈화했을 때도 많은 탈북민이 말 못할 불안과 고통을 겪었다”고 전했다.
―개괄적으로나마 북한주민의 탈북 및 국내 정착 과정을 설명해달라.
“일반적으로 탈북민은 제3의 국가를 통해 입국한다. 입국 후 국가정보원이 보호결정 여부를 위한 조사와 긴급한 치료 등 임시보호 조치를 실시한다. 보호결정이 되면 하나원으로 이송돼 12주간 정착준비를 한다. 정착 지원은 우리 사회 이해와 증진, 진로지도상담, 기초 직업훈련 등 사회적응교육이다. 또한 초기정착지원으로 가족관계 창설과 주거알선, 정착금, 장려금 등이 지원된다.”
―거주지는 본인이 선택하나. 또 정착지원은 어떤 게 있나.
“그렇다. 보통 임대주택 등 주거지가 나오는 기준으로 거주지역을 선택하는데 탈북민 10명 중 6∼7명은 수도권에 거주하는 것을 희망한다. 아무래도 임대주택도 잘 돼 있고 일자리도 구하기 더 쉽기 때문이다. 거주지가 배정되면 각 지역에 있는 하나센터와 남북하나재단이 정착지원을 하게 된다. 정착지원은 입국 초기 5년간 집중교육과 지원을 실시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초기생활안정지원으로는 의료비 등 긴급생계지원 등이 있고, 청소년 교육과 진학 등 교육인재양성지원이 있다. 탈북민 자립을 돕기 위한 직업훈련, 취·창업, 영농지원 등도 있다.”
―문재인정부 들어 탈북민들 삶이 나아졌나.
“탈북민의 월 평균소득은 지난해 227만7000원으로 조사 이래 일반국민(273만4000원)과의 임금격차가 가장 낮았다. 2011년에 임금격차가 81만9000원이었는데 많이 좁혀졌다. 고용률도 2020년 54.4%에서 지난해 56.7%로 늘었으며, 실업률도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2020년 9.4%에서 지난해 7.5%로 줄었다. 한국생활만족도 역시 76.5%로 조사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탈북민이라는 이유로 차별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16.1%로 조사 이래 가장 낮은 기록이었다. 그럼에도 탈북민에 대한 편견과 오해 및 차별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나재단이 성공적인 탈북민 정착사례를 발굴해 알리는 등 탈북민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한 교육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국민과 탈북민, 언론과 시민사회 등이 함께 노력해야 할 장기적인 과제다.”
―지난해 탈북민들 일자리를 보니 일용직이 26.8%, 서비스 종사자가 17.8%다.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탈북민은 정착초기 한국 사회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 충분한 직업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생계를 위해 단순노무나 서비스업종에서부터 일을 시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탈북민은 체제가 전혀 다른 북한에서 살아왔고, 그곳에서의 직업경력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사실 그렇게 많지는 않다. 따라서 탈북민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갖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 탈북민들의 직업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서툴어 보일지라도 탈북민들은 한국 사회에 정착하기 위해 스스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2019년 7월 탈북 모자 사망과 올해 1월 20대 탈북민의 재월북 등 안타까운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탈북민에 대한 안 좋은 소식들을 접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고 이사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많은 탈북민들은 가족과 친구들과 생이별을 경험했다. 또 북한에서 힘든 생활과 탈북과정에서 겪은 어려움 등으로 심리적인 트라우마를 겪는 일이 많다. 한마디로 외롭고(孤) 경제적으로 힘든(苦) ‘고’의 연속이다. 탈북민들은 한국에 지지기반과 기댈 곳이 없기 때문에 어떤 힘든 계기가 닥치면 순식간에 취약계층으로 추락한다. 취임 이후 이사장·사무총장이 전체를 관장했던 재단 직제를 경영기획본부와 사업운영본부로 나눴다. 사업부서 내, 사업부서끼리 서로 협업해 사각지대 없는 촘촘한 지원을 하자는 취지다.”
―재단이 탈북민을 지원하는 데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은 무엇인가.
“남북하나재단의 설립목적은 탈북민의 자립정착과 통일기반 조성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재단이 통일을 준비하며 남북 주민통합의 허브 역할을 하는 게 비전이다. 재단은 항상 탈북민들에게 얼마나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느냐 하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탈북민의 입장에서 지원을 개선하며, 이들이 의지하고 싶은 기관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 진정성 있는 애정과 이해심이 필요할 것이다. 단순한 탈북민이 아니라 공동체로서, 하나의 가족으로서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재단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탈북민 지원 사업들은 어떤 게 있는가.
“무엇보다 탈북민들의 경제적 자립과 정서적 안정이 기초이자 기본이다. 하나재단에서는 통일부 남북통합문화센터에 상담센터 ‘마음숲’을 운영하고 있다. 탈북민 가정의 심리와 정서문제 해결을 위한 상담서비스다. 여기에 올해 개소 예정인 강원북부와 경남지역 하나센터에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또한 센터 이용이 어려운 탈북민을 위해 외부기관과 연계해 심리치료 지원을 하고 있다.”
―하나재단 등 공공기관이 앞장서 탈북민을 적극 채용하는 방안은 어떤가.
“재단에 탈북민 취업·심리 상담을 위한 하나센터가 25개 있는데 2∼4명씩 80여명의 상담사가 활동하고 있다. 이 중 탈북민은 절반에 못 미친다. 대신 통일전담교육사라는 상담직군이 있는데 이분들은 모두 탈북민이다. 북에서 교사 경력을 가진 분들이 이곳 탈북 아동청소년이 많은 지역 초·중·고교에 배치돼 탈북학생 학습 지원 및 학생·학부모 심리상담을 진행한다. 또 우리 재단 임직원 176명 가운데 약 30% 정도는 탈북민이다.”
―차기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드리기 쉽지 않다. 탈북민 관련 정책은 통일부에서 정하고, 하나재단은 손발의 역할을 한다. 보통 재단은 통일부와 1주일에 한 번 회의를 가진다. 이를 통해 차기 정부에서도 조율해 나가겠다. 또한 탈북민 지원 시스템이 더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사회보장 및 복지 시스템은 하나로 굴러가야 현장에 있는 탈북민들이 체감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 등과 잘 연계해 재단이 탈북민 지원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정인성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은…
●1957년 출생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아시아종교인평화회의 집행위원 ●한국종교인평화회의 남북교류위원장 ●원불교 교정원 특임부원장 ●평화문화재단 이사장 ●평화 통일비전 사회적대화 전국시민회의 상임대표 ●한겨레중고등학교 이사 ●남북하나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