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성 남북하나재단 이사장 "탈북민은 통일 앞당길 촉매제… 평범한 이웃으로 동행해야" [세계초대석]

초창기 경제적 어려움 해결하려 탈북
최근 더 나은 삶·가족 미래 위해 결심
2021년 코로나 봉쇄로 62명으로 급감

정착 초기 직업능력 부족 일용직이 많아
탈북민 월 평균소득 2021년 227만 7000원
일반 국민은 273만 4000원… 격차는 줄어

경제적 자립 못지않게 정서적 안정 중요
25개 하나센터에 80여명 상담사가 활동
인식개선·체계적 지원 시스템 마련 시급
정인성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이 지난 3월 29일 서울 마포구 집무실에서 가진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국내에 거주하는 탈북민 현황과 정착 지원 제도, 앞으로 개선 방안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탈북민은 먼저 온 통일입니다. 미래 통일한국을 위해 투자한다는 마음으로 탈북민을 바라봤으면 좋겠습니다.”

탈북민들 사회적응과 생활안정, 교육·취창업 등 지원 사업을 전담하고 있는 남북하나재단 정인성(65) 이사장은 요즘 고민이 많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으로 자유 한국에 정착한 3만4000여 탈북민들이 주변으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어서다. 정 이사장은 “최근에 한 탈북민이 세 들어 있던 집에서 쫓겨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2020년과 지난해 대북전단 관련 문제가 사회이슈화했을 때도 많은 탈북민이 말 못할 불안과 고통을 겪었다”고 전했다.



정 이사장에게 탈북민은 먼저 온 통일이다. 남북통일을 앞당기고 아직도 북한에 거주하는 동포를 하나로 융합할 수 있는 촉매제가 탈북민이다. 정 이사장은 “탈북민들을 지원해야 할 취약계층으로만 볼 게 아니라 통일한국은 물론 현재 우리 사회의 경쟁력과 잠재력을 이끌어낼 이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기다려 주고 응원해준다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동행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인성 이사장은 올해로 설립 13년째인 남북하나재단을 이끄는 최초의 종교인이다. 1990년대 말부터 30여년간 원불교 교무(특임부원장)로서 남북교류와 대북 인도지원 분야에서 활동해왔다. 2020년 6월 ‘탈북민 정책 방향이 정착에서 복지로, 복지에서 성장과 발전으로 확장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취임 일성을 밝힌 정 이사장을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재단 이사장 집무실에서 만났다. 지금까지 “재단 경영기획본부·사업운영본부 이원화를 통해 탈북민에 대한 촘촘한 지원 및 사업 고도화에 힘써 왔다”는 정 이사장은 탈북민 위기가정 통합관리시스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세운 차기 정부에 대한 기대감도 감추지 않았다. 다음은 정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최근 입국 탈북민 수가 급감했다. 왜인가?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2012년 1500명대였던 탈북민은 2020년 220명, 지난해 62명으로 크게 줄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과거 북한의 고난의 행군 시기엔 생계를 위해 대거 탈북을 했지만,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면서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김정은 정권은 월경자에 대한 사격명령을 내릴 정도로 탈북을 강하게 단속한다. 그리고 탈북민 주요 루트에 있는 중국 역시 자국 내 이동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북한 주민이 삼엄한 감시를 뚫고 북한을 빠져나오는 것도 힘들뿐더러 중국 내 이동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인성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이 지난 3월 29일 서울 마포구 집무실에서 가진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국내에 거주하는 탈북민 현황과 정착 지원 제도, 앞으로 개선 방안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개괄적으로나마 북한주민의 탈북 및 국내 정착 과정을 설명해달라.

“일반적으로 탈북민은 제3의 국가를 통해 입국한다. 입국 후 국가정보원이 보호결정 여부를 위한 조사와 긴급한 치료 등 임시보호 조치를 실시한다. 보호결정이 되면 하나원으로 이송돼 12주간 정착준비를 한다. 정착 지원은 우리 사회 이해와 증진, 진로지도상담, 기초 직업훈련 등 사회적응교육이다. 또한 초기정착지원으로 가족관계 창설과 주거알선, 정착금, 장려금 등이 지원된다.”

―거주지는 본인이 선택하나. 또 정착지원은 어떤 게 있나.

“그렇다. 보통 임대주택 등 주거지가 나오는 기준으로 거주지역을 선택하는데 탈북민 10명 중 6∼7명은 수도권에 거주하는 것을 희망한다. 아무래도 임대주택도 잘 돼 있고 일자리도 구하기 더 쉽기 때문이다. 거주지가 배정되면 각 지역에 있는 하나센터와 남북하나재단이 정착지원을 하게 된다. 정착지원은 입국 초기 5년간 집중교육과 지원을 실시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초기생활안정지원으로는 의료비 등 긴급생계지원 등이 있고, 청소년 교육과 진학 등 교육인재양성지원이 있다. 탈북민 자립을 돕기 위한 직업훈련, 취·창업, 영농지원 등도 있다.”

남북하나재단 정인성 이사장 2022.3.29 남제현 선임기자

―문재인정부 들어 탈북민들 삶이 나아졌나.

“탈북민의 월 평균소득은 지난해 227만7000원으로 조사 이래 일반국민(273만4000원)과의 임금격차가 가장 낮았다. 2011년에 임금격차가 81만9000원이었는데 많이 좁혀졌다. 고용률도 2020년 54.4%에서 지난해 56.7%로 늘었으며, 실업률도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2020년 9.4%에서 지난해 7.5%로 줄었다. 한국생활만족도 역시 76.5%로 조사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탈북민이라는 이유로 차별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16.1%로 조사 이래 가장 낮은 기록이었다. 그럼에도 탈북민에 대한 편견과 오해 및 차별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나재단이 성공적인 탈북민 정착사례를 발굴해 알리는 등 탈북민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한 교육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국민과 탈북민, 언론과 시민사회 등이 함께 노력해야 할 장기적인 과제다.”

―지난해 탈북민들 일자리를 보니 일용직이 26.8%, 서비스 종사자가 17.8%다.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탈북민은 정착초기 한국 사회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 충분한 직업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생계를 위해 단순노무나 서비스업종에서부터 일을 시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탈북민은 체제가 전혀 다른 북한에서 살아왔고, 그곳에서의 직업경력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사실 그렇게 많지는 않다. 따라서 탈북민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갖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 탈북민들의 직업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서툴어 보일지라도 탈북민들은 한국 사회에 정착하기 위해 스스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남북하나재단 정인성 이사장 2022.3.29 남제현 선임기자

―2019년 7월 탈북 모자 사망과 올해 1월 20대 탈북민의 재월북 등 안타까운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탈북민에 대한 안 좋은 소식들을 접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고 이사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많은 탈북민들은 가족과 친구들과 생이별을 경험했다. 또 북한에서 힘든 생활과 탈북과정에서 겪은 어려움 등으로 심리적인 트라우마를 겪는 일이 많다. 한마디로 외롭고(孤) 경제적으로 힘든(苦) ‘고’의 연속이다. 탈북민들은 한국에 지지기반과 기댈 곳이 없기 때문에 어떤 힘든 계기가 닥치면 순식간에 취약계층으로 추락한다. 취임 이후 이사장·사무총장이 전체를 관장했던 재단 직제를 경영기획본부와 사업운영본부로 나눴다. 사업부서 내, 사업부서끼리 서로 협업해 사각지대 없는 촘촘한 지원을 하자는 취지다.”

―재단이 탈북민을 지원하는 데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은 무엇인가.

“남북하나재단의 설립목적은 탈북민의 자립정착과 통일기반 조성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재단이 통일을 준비하며 남북 주민통합의 허브 역할을 하는 게 비전이다. 재단은 항상 탈북민들에게 얼마나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느냐 하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탈북민의 입장에서 지원을 개선하며, 이들이 의지하고 싶은 기관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 진정성 있는 애정과 이해심이 필요할 것이다. 단순한 탈북민이 아니라 공동체로서, 하나의 가족으로서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남북하나재단 정인성 이사장 2022.3.29 남제현 선임기자

―재단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탈북민 지원 사업들은 어떤 게 있는가.

“무엇보다 탈북민들의 경제적 자립과 정서적 안정이 기초이자 기본이다. 하나재단에서는 통일부 남북통합문화센터에 상담센터 ‘마음숲’을 운영하고 있다. 탈북민 가정의 심리와 정서문제 해결을 위한 상담서비스다. 여기에 올해 개소 예정인 강원북부와 경남지역 하나센터에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또한 센터 이용이 어려운 탈북민을 위해 외부기관과 연계해 심리치료 지원을 하고 있다.”

―하나재단 등 공공기관이 앞장서 탈북민을 적극 채용하는 방안은 어떤가.

“재단에 탈북민 취업·심리 상담을 위한 하나센터가 25개 있는데 2∼4명씩 80여명의 상담사가 활동하고 있다. 이 중 탈북민은 절반에 못 미친다. 대신 통일전담교육사라는 상담직군이 있는데 이분들은 모두 탈북민이다. 북에서 교사 경력을 가진 분들이 이곳 탈북 아동청소년이 많은 지역 초·중·고교에 배치돼 탈북학생 학습 지원 및 학생·학부모 심리상담을 진행한다. 또 우리 재단 임직원 176명 가운데 약 30% 정도는 탈북민이다.”

남북하나재단 정인성 이사장 2022.3.29 남제현 선임기자

―차기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드리기 쉽지 않다. 탈북민 관련 정책은 통일부에서 정하고, 하나재단은 손발의 역할을 한다. 보통 재단은 통일부와 1주일에 한 번 회의를 가진다. 이를 통해 차기 정부에서도 조율해 나가겠다. 또한 탈북민 지원 시스템이 더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사회보장 및 복지 시스템은 하나로 굴러가야 현장에 있는 탈북민들이 체감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 등과 잘 연계해 재단이 탈북민 지원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정인성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은…

 

●1957년 출생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아시아종교인평화회의 집행위원 ●한국종교인평화회의 남북교류위원장 ●원불교 교정원 특임부원장 ●평화문화재단 이사장 ●평화 통일비전 사회적대화 전국시민회의 상임대표 ●한겨레중고등학교 이사 ●남북하나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