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직접적인 상환 의무를 지고 있는 정부채무와 향후 국가가 부담해야 할 연금충당부채를 포함한 광의의 나랏빚인 재무제표상 국가부채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2000조원을 돌파했다. 중앙·지방정부가 반드시 갚아야 하는 국가채무도 1000조원에 바짝 다가서면서 국민 1인당 채무도 지난해 말 기준 1873만원에 달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등을 위해 현 정부 들어 10차례 실시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공무원 증원 등에 따른 공무원·군인연금 등의 미래 지불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확정부채는 100조6000억원이 증가하면서 818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두 차례에 걸쳐 49조8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하는 등 국채 발행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아울러 연금충당부채가 1년 새 93조5000억원 늘어나면서 비확정부채도 1378조2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국가부채 중 지급 시기와 규모가 확정된 채무인 국가채무(D1)는 967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0조6000억원 늘었다. 작년 말 주민등록인구(5163만8809명)로 나누면 국민 1인당 채무는 1873만원으로 집계돼 2020년(1636만원) 대비 237만원 늘었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47.0%로 커졌다. 나라살림 적자폭도 마이너스 행진을 지속했다. 자산시장 호황으로 국세수입이 20.5% 늘면서 총수입이 570조5000억원을 기록했지만 총지출(600조9000억원)이 그보다 컸다. 이에 따라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 적자폭은 30조4000억원,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을 빼 실질적인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폭은 90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통합재정수지와 관리재정수지가 각각 ?71조2000억원, -112조원을 기록한 2020년보다 개선됐지만 여전히 나라살림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현재 한국의 국가채무 수준이 선진국 대비 높다고 볼 수 없지만 문제는 앞으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 예산안 편성 기조가 지속될 경우, 2030년 국가채무비율은 78.9%로 전망된다. 2015∼2018년 국가채무비율이 35.0∼36.0%에 머물렀던 것을 감안하면 국가채무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최병호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체적으로 채무 증가 속도가 너무 빨라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면서 “정부가 내놓은 재정준칙 말고 좀 더 수용 가능한 재정준칙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너무 성급하게 (지출을 줄여) 돌아가려고 한다면 경기가 꺼질 수 있어 (현재 기조를) 조금 끌고 갈 필요가 있다”면서 “새 정부가 50조 추경 등 써야 할 곳이 많다고 하면서 감세를 주장하는 등 모순된 얘기를 많이 하는데, 새 총리 이하 경제팀이 재정 관련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