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번기 일손 부족 막아라”… 외국인근로자 체류 연장 ‘응급 처방’ [농어촌이 미래다-그린라이프]

농식품부, 농촌 인력난 대책 마련

코로나 장기화에 일손 구하기 ‘별 따기’
당국, 기간 만료 외국인 근로자 1년 연장
2021년 연장 받았던 근로자는 50일 추가

4월부터 외국인 계절근로자도 들어와
86개 지자체에 1만여명 배정 ‘숨통’ 터줘
2022년 농촌인력중개센터 155곳으로 확대
체류형 영농반 가동… 인력수급에 만전
사진=연합뉴스

본격적인 농번기를 맞았지만, 농촌 인력난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외국인 근로자를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농가에서는 인건비 상승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는 농번기 인력난 극복을 위해 올해 비자가 만료되는 농축산업 분야 외국인 근로자(E-9)의 체류·취업 활동 기간을 연장하기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4월 들어 전국 농가에서는 일손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농번기가 시작되면서 내국인 근로자는 물론 외국인 근로자를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코로나19 탓에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국내 유입이 막히면서 인건비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천안에서 고추농사를 짓는 이모(65)씨는 “외국인 노동자를 쓰려고 해도 사람이 없다”라며 “그나마 구해도 코로나 전보다 일당이 50%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제33차 외국인력정책위원회 서면심의 결과에 따라 이달 13일부터 12월 31일까지 기간이 만료되는 농축산업 분야 외국인 근로자의 체류·취업 활동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로 농축산업 분야의 경우 취업 활동이 해당 기간 내 최초로 만료되는 5315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1년간 더 일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인력 수요가 증가하는 농번기 일손 부족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해 1년간 연장조치를 받았던 외국인 근로자 중 4월 13일부터 6월 30일에 기간이 만료되는 2357명의 취업활동 기간도 50일 연장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존에 1년 연장조치를 받은 외국인 근로자는 고용허가제의 단기순환 원칙에 따라 추가 연장 없이 출국해야 했다”면서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올해 상반기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있고, 농번기에 따른 농촌 일손 부족이 우려되는 점 등을 고려해 관련 규정에서 허용하는 범위에서 추가 연장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올해 들어 농축산업 분야 고용허가제 외국인 근로자 근무인원이 소폭 상승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농축산업 외국인 근로자 수는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이후 줄곧 감소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 2월 현재 근무인원이 1만8021명을 기록하며 지난해 수준(1만7781명)을 넘어섰다. 입국 인원도 올해 들어 1034명(3월18일 기준)이 들어와 지난해 연간 전체 입국인원의 절반 이상을 기록했다. 정부는 이번 연장조치 등이 반영될 경우 농축산 분야의 전체 외국인 근로자 근무인원은 4월 이후 더욱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도 이달부터 국내에 들어온다. 정부는 농번기 등 농업인력 수요가 집중되는 기간에 3∼5개월간 고용할 수 있는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86개 지자체에 1만1472명 배정했다. 지난 4일에는 올해 상반기 배정된 외국인 계절근로자 가운데 100명이 처음으로 입국했다.

 

이들은 강원도 양구군에서 초청한 필리핀 근로자들로, 6일까지 총 300명이 들어와 해당 지역 농번기 인력난 해소에 크게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 강원 홍천군 122명, 경북 성주군 131명, 전북 고창군 113명을 신청하는 등 전국 31개 지방자치단체에서 희망한 1200명의 외국인도 입국을 위한 비자 심사를 받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와 비교해 국제선 항공기 운항 여건이 개선되고, 격리요건이 완화되는 등 도입 여건이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어 영농철에 맞춰 계절근로자 입국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진=농협 강원지역본부 제공

농식품부 이덕민 경영인력과장은 “지난해보다 확대되는 외국인력 공급과 함께 농촌인력중개센터, 체류형 영농작업반 운영 등 국내 인력공급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인력수급 현장 모니터링을 대폭 강화해 농번기 인력수급에 빈틈없이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농업 인력수요가 많은 25개 시·군에 인력을 집중적으로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근로자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농촌인력중개센터를 지난해 130곳에서 올해 155곳으로 확대하고, 12개 시·군에서는 체류형 영농작업반을 모집하기로 했다. 체류형 영농작업반은 근로자에게 숙박시설 등 안정적 체류 여건을 제공해 외지 근로자가 일정 기간 머물면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공공형 계절근로’ 사업도 시범 운영된다. 지금까지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농가에서 직접 고용하는 방식만 허용됐다. 하지만 올해는 지자체가 선정한 농협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 뒤 단기 근로인력이 필요한 농가에 공급하는 방식이 시범 운영된다. 올해 전북 무주·임실군, 충남 부여군, 경북 고령군 4개 지자체에서 320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해 운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