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지자체의 ‘방역 딜레마’… 여주시 현장 PCR 검사, 예산 문제로 중단

논란을 불러온 경기 여주시의 무료 신속(현장) 유전자증폭검사(PCR)가 결국 예산문제로 중단됐다. 시는 특정 시약업체에 위탁해 응급환자 등을 대상으로 긴급 사용 승인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1년3개월여간 전체 시민을 상대로 시행했지만, 시의회가 제동을 걸면서 사실상 마침표를 찍게 됐다. “시민 누구나 무료로 검사받아야 한다”는 애초 취지와 달리, 이 사업은 ‘예산 낭비’와 ‘지침 위반’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6일 여주시에 따르면 지난 1일 시의회는 임시회에서 ‘검사실 운영 예산’ 6억22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이에 따라 시청 주차장에 컨테이너 형태로 운영돼온 현장 PCR 검사소(나이팅게일센터)는 지난달 31일 마지막 운영됐다. 2020년 12월 관련 조례 제정 이후 첫 중단이다. 

 

이항진 시장은 전날 비대면 기자회견을 열어 “재운영에 어려움이 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 시장과 여주시는 현장 PCR 검사가 긍정적 성과를 냈다며 검사소 인증에 회의적이던 질병관리청에 불만을 표출했다.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진단은 의료행위라며, 시약업체가 위탁운영 중인 나이팅게일센터의 판정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나이팅게일센터에서 현장 PCR로 양성판정을 받더라도, 다시 기존 선별진료소를 찾아 확진 판정을 받아야 해 시의 행정이 비효율적이란 지적을 받았다.

 

현장 PCR은 일반 PCR처럼 검체 채취가 이뤄지지만 대형 수탁기관으로 검체를 보내지 않고 현장에서 진단검사가 이뤄진다. 1시간 내외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지만 정확도는 일반 PCR 검사보다 떨어진다는 평가를 듣는다. 특히 나이팅게일센터는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운영해 응급환자나 6시간 이내 사망 가능성이 큰 사람 등으로 한정된 현장 PCR 검사의 도입 지침과도 괴리가 있다.

여주시청사 주차장에 컨테이너 형태로 마련된 코로나19 현장 PCR 검사소. 여주시 제공

여주시의 현장 PCR 사업에는 지금까지 46억5000만원의 예산이 소요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 관내 A업체에 지급됐다. 여주시 가남읍에 생산 공장을 둔 이 업체는 진단시약업계에서도 규모가 작은 편이다.

 

지난해 시 행정사무감사에선 이를 두고 날선 공방이 벌어졌다. 시의회 김영자 의원은 “인근 이천시와 양평군 등은 코로나19 선별검사를 정부에서 무료로 진행해 예산을 절감하는데, 여주시만 현장 PCR 검사를 고집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A업체가 제공한 코로나19 신속 PCR 검사는 응급용인데 계약을 유지하는 건 문제가 많다”며 “A업체는 식약처와 질병관리청에서 경고를 받은 뒤에도 시와 추가 계약해 공정거래법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시장은 “의료인이 행하는 신속항원검사는 부정확하다”며 현장 PCR에 집착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질병관리청 앞에서 현장 PCR 공식 도입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벌였다. “조속히 여주시의 검사실을 인증하고, 다른 지자체가 이 시스템을 활용하도록 협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청장 면담을 거절당한 뒤 직원의 제지를 받고서야 발길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