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파트 주민이 각 세대 소화전에 입주민의 이름과 의문의 숫자들이 쓰여있다며 의혹을 제기한 안내문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모은 가운데, 이를 작성한 사람은 우편배달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관련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판단하고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
지난 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파트의 입주민이 붙인 것으로 보이는 안내문을 찍은 사진이 올라왔다. 안내문을 작성한 A씨는 “지난 2일 소화전 윗부분에 생후 7개월된 저희 아기 이름이 적혀있는 걸 확인했다”며 “택배 기사나 다른 배달원이 적어놨다고 하기엔 아직 7개월밖에 안 된 아기라서 심각한 문제로 인지해 다른 호수도 확인해 보게 되었다”고 밝혔다.
A씨는 “우선 112동 1층을 제외한 2층부터 각 세대 앞 소화전에 입주민 성함이 적혀있었으며, 확인할 수 있는 각 세대에 요청을 구해 이름을 대조한 결과 현재 거주하고 있는 입주민의 이름과 동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이점은 남성의 이름은 매우 적었으며 주로 여성 및 자녀, 노약자 이름이 적혀있었다”고 적었다.
A씨는 “가장 무서운 점은 우리 집 현관문 바로 옆에 ‘5759’, 맞은편 벽에는 ‘9575’라는 숫자가 적혀있었다”며 “5759를 검색해보니 고대 히브리어로 ‘어린아이, 유아, 젖먹이’ 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해당 동 외 다른 곳 세 동을 확인했으며 모두 다 소화전 윗부분에 이름이 적혀져 있는 걸 확인했다”고 했다. 다음날 A씨는 이 사실을 경비실에 알리며 “증거가 될 수 있으니 낙서는 지우지 말고 경찰에 신고할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고 요청했다.
일각에서는 의문의 숫자를 두고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SBS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을 연상시킨다는 반응도 나왔다. 해당 드라마에서 용의자로 지목된 한 인물은 동네를 돌아다니며 각 집들의 대문 옆쪽에 숫자를 적어놓는다. 남성·여성·어린이 등 가족 구성원을 자신만의 암호로 적었는데, 논란이 된 아파트의 숫자도 이와 유사한 의미가 아니냐는 추측이다.
네티즌 사이에서 "영화 숨바꼭질 실사판이다", "모방범죄 같은데 부디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등의 반응이 나온 가운데, 결론은 우편 배달부가 배달 과정에서 자신의 업무적 편의를 위해 적어놓은 일종의 ‘해프닝’이었다. 5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관리사무실의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우편배달원이 쓴 것으로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우편 배달원) 배달할 때 편의상 우편물에 있는 이름을 쓴 것으로 파악됐다”며 “당사자와도 통화를 나눴으며, 신고자와도 연락해 해당 내용 전달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범죄 의심 정황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