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노리고 가족 등 잇따라 살해한 그들…결국 ‘사치’로 탕진 [뉴스+]

‘가평 계곡 익사 사건’ 용의자 이은해(31)와 공범 조현수(30). 인천지검 제공

내연남과 함께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은해가 2010년과 2013년에도 남자친구 사망 후 보험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은해와 내연남 조현수의 행방이 4개월째 묘연한 가운데 이 사건이 보험금을 노린 연쇄살인인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생명보험금을 타기 위한 살인은 흔한 범죄는 아니지만 아주 드문 일도 아니다. 법의 처벌을 받기까지 인면수심의 범죄자들은 타낸 보험금으로 버젓이 호화생활을 즐겨 국민들을 분노케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첫 보험살인 박분례… 방화·독극물로 5명 살해

 

대한민국 최초의 보험살인은 1977년 세상에 드러난 박분례(당시 48세) 사건이다.

 

박씨는 보험판매원이었던 친구의 권유로 1973년부터 보험에 가입하기 시작했다. 그는 친언니 명의로 보험에 든 뒤 1975년 1월 제사를 이유로 언니집에 방문해 새벽에 불을 질렀다. 이 불로 언니와 형부, 13세 조카가 숨졌다. 이후 박씨는 당시 군대에 있던 큰 조카의 인감을 몰래 만들어 보험금 1700여만원을 타냈다.

 

더 대담해진 박씨는 동거 남편의 동생 앞으로 보험을 든 뒤 살해해 보험금을 4400만원을 타낼 계획을 세웠다. 결국 그는 사업 이야기를 핑계로 시동생을 불러내 독극물이 든 음료를 먹여 살해했다. 이어 동서에게 “보험금을 400만원을 대신 받아주겠다”며 그의 인감증명을 받아 보험금을 타냈다. 하지만 보험금이 4400만원이라는 사실을 안 동서가 따지면서 보험금을 넘겨주게 됐다.

 

그의 범행은 제대한 큰 조카가 부모님의 보험금을 이모가 타 간 것을 수상히 여겨 보험금을 반환을 요구하고 경찰에 진정을 넣으면서 들통났다.

 

수사 과정에서는 박씨가 1974년 10월에도 친구를 살해하고 보험금 일부를 타간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또 그가 남편의 본처와 그의 아들 명의로 보험을 들고 그들을 살해할 계획을 세웠다는 것도 밝혀졌다. 1978년 대법원에서 박씨에 대한 사형이 확정돼, 1983년 형이 집행됐다.

 

1977년은 정부가 ‘보험의 해’로 지정해 보험제도 선진화에 나서면서 보험가입자가 증가하던 해였다. 그 때 벌어진 박분례 사건은 생명보험이 흉악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알린 첫 사례이자, 돈에 눈이 멀어 친구는 물론 자신의 친족까지 5명을 연쇄살해한 사건으로 전 국민에 큰 충격을 안겼다.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지금도 복역 중인 엄인숙.

◆엄인숙… 남편에 엄마·오빠까지 타깃, 수사 중에도 범행

 

보험금을 노리고 친형, 남편, 시동생 등 가족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범죄는 이후에도 종종 발생했다. 특히 1998년부터는 IMF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이 늘면서 보험금을 노린 범죄와 사기가 기승을 부렸다.

 

2000년대 들어 밝혀진 가장 충격적인 보험살인은 보험설계사였던 29세 엄인숙의 연쇄살인이다. 

 

엄씨는 2000년 남편 앞으로 4개의 보험을 집중적으로 가입한 뒤 여러차례에 걸쳐 끔찍한 수법으로 상해를 입히며 보험금을 타냈다. 남편은 2년 뒤 합병증 등으로 세상을 떠났다.

 

엄씨는 두번째 남편도 비슷한 방식으로 죽음에 이르게 했고, 이어 자신의 가족들을 범죄 대상으로 삼았다.

 

어머니와 오빠를 실명하게 했으며 집에 불을 질러 오빠와 동생을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엄씨는 멈추지 않고 자신의 집 가사도우미에게 접근해 그의 남편을 숨지게 했으며 나머지 가족들을 다치게 했다.

 

엄씨는 다친 가사도우미 가족이 있는 병원에도 불을 지르려다 들통나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엄씨는 심신미약을 주장해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으면서도 범행을 멈추지 않고 또 한명의 눈을 멀게 했다.

 

엄인숙이 살해한 사람만 3명, 상해를 입힌 사람은 4명이었으며 그 중 5명이 실명했다. 그 과정에서 엄씨는 총 5억9000만원의 보험금을 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된 그는 청주여자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노씨는 보험금을 노리고 전 남편과 현 남편, 시어머니 등 3명을 독극물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진은 노씨가 경찰조사를 받는 모습. 연합 자료사진

◆노모씨… 농약으로 3명 살해, 딸에게도 먹여

 

10여년 뒤에도 이와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포천 농약 살인 사건이다.

 

노모씨(당시 44세)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전 남편, 시어머니(현 남편의 모친), 현 남편을 차례로 살해하고 자신의 딸까지 병들게 해 보험금을 10억원 이상을 탔다. 노씨의 살해수단은 소량으로도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농약인 그라목손이었다.

 

전 남편과 시어머니에게는 농약을 섞은 음료를 마시게 했으며, 남편에게는 그라목손을 넣어 반죽한 밀가루를 다시 가루내어 음식에 조미료처럼 섞어 서서히 중독되게 했다. 노씨는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당시 19세)에게도 농약 밀가루를 먹였다.

 

노씨는 2년 내 가족 3명이 사망하면서 거액의 보험금을 받아간 것에 의심을 품은 보험사의 신고로 붙잡혔다. 노씨는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보험금을 노리고 가족을 살해한 이 세 사람의 공통점은 ‘사치’였다. 1977년 한 신문은 박분례에 대해 ’사치와 낭비가 몸에 밴 사람처럼 항상 돈을 좋아했다’고 썼다. 평소 사치스러운 생활을 즐겼던 엄인숙은 범죄로 타낸 보험금을 쇼핑하는 데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노씨는 고급 승용차를 구입하고 백화점에서 하루 수백만원을 명품 구입에 쓴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