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이 11주 만에 하락세를 멈췄다. 재건축과 대출 규제 완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배제 등 새 정부의 시장 친화적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매수 문의가 늘면서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리는 것으로 보인다.
7일 연합뉴스와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값은 1월 24일 조사 때부터 이어진 10주간의 하락을 멈추고 보합으로 전환됐다.
강남 3구가 일제히 상승세로 돌아섰다. 강남구와 서초구의 아파트값이 지난주 0.01%에서 이번주 각각 0.02%로 오름폭이 커졌고, 3주간 보합을 이어온 송파구는 금주 0.01% 오르며 상승세로 전환됐다.
지난달 31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 방침을 밝힌 이후 보유세를 줄이려는 다주택자의 문의가 늘고 일부 매물도 나왔지만 대부분 시세보다 높은 가격을 요구하면서 호가가 오르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특히 송파 잠실 주공5단지,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 재건축 추진 단지에서는 호가를 5천만∼2억원 이상 올리거나 규제 완화 기대감에 내놨던 매물을 회수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목동 신시가지 재건축 추진 기대감으로 양천구의 아파트값도 금주 보합으로 전환됐고, 동작·광진구 아파트값도 하락을 멈췄다.
용산구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0.02% 올라 지난주(0.01%)에 이어 2주 연속 상승했고, 오름폭도 커졌다.
용산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대통령실 이전으로 용산공원이나 지역 개발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는 집주인들이 일부 매물을 회수하고, 가격도 올리고 있다"며 "매수 문의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도봉구 아파트값은 지난주 -0.03%에서 금주 -0.04%로 낙폭이 커졌고, 노원구(-0.01%)와 강북구(-0.02%)는 약세 속에서도 지난주보다는 하락폭이 각각 0.01%포인트(p) 작아졌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다주택자들이 이번 양도세 중과 완화 기간에 집을 팔고 주택 수를 줄이기 위해 매물을 내놓고 있다"며 "다만 매수자들이 소극적이어서 호가가 오르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배제가 시행되면 매물이 더 늘겠지만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으로, 강남권보다는 양도차익이 상대적으로 적은 비강남권과 서울 이외의 수도권 매물이 더 많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 집계를 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총 5만2천362건으로, 인수위가 양도세 중과 유예 방침을 밝힌 지난달 31일(5만1천537건) 이후 일주일간 1.6% 증가했다.
종로구의 매물이 472건으로 6.0% 증가했고 이어 마포구(5.2%), 강서구(4.2%), 중랑구(3.7%), 구로구·노원구(각 3.1%), 성북구(2.7%), 양천구(2.1%), 송파구(1.9%) 순으로 매물이 늘었다.
반면 강남구(-1.8%)와 서초구(-0.4%), 용산구(-0.7%), 광진구(-0.3%) 등 4개 구는 매물이 감소했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양도세 중과를 풀어준다고 하니 매물을 내놨던 다주택자 중 일부는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완화 가능성까지 언급되자 매물을 다시 회수했다"며 "양도세와 보유세를 동시에 완화해 주면 강남은 다주택자들이 다시 매도를 보류하고 버티기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주 경기도 아파트값은 0.03% 하락하며 지난주(-0.02%)보다 낙폭이 커진 반면 인천 아파트값은 5주 만에 보합으로 전환됐다.
인천 연수구(-0.02%)와 남동구(-0.02%) 등지의 하락폭이 지난주보다 줄었고, 동구는 하락을 멈췄다.
전세시장은 최근 전세자금 대출 규제가 풀리면서 시장에 적체됐던 신규 물건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지만, 아직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진 않는 분위기다.
서울과 경기도의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각각 0.02%, 0.03% 하락했고 인천은 0.08% 떨어졌으나 지난주(-0.11%)보다 낙폭은 다소 둔화됐다.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0.02% 떨어져 지난주(-0.01%)보다 하락폭이 확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