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를 지켜보면서 두려움과 공포를 많이 느꼈어요.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을 수도 있다는 위협감에 저 뿐만 아니라 모두가 힘들었고 지금도 그 힘듦 속에서 살아가고 있죠. 그런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면서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하게 됐던 것 같아요. 그전에는 정신없이 투어를 다니고 연주에만 몰두했다면 코로나 이후에는 잠시 연주를 멈춘 채 생각하고 숨을 쉬면서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는 20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5년 만에 내한 공연을 하는 조지아 태생의 프랑스 피아니스트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34)는 최근 국내 언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3살 때 피아노를 시작해 10살 때 국제무대에 등장한 부니아티쉬빌리는 세계 주요 무대를 휩쓸고 다니며 촉망받는 연주자로 주목 받았다. 특히, ‘피아노 여제’로 불리던 마르타 아르헤리치로부터 “뛰어난 재능과 표현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은 데다 빼어난 외모로 큰 관심을 받았다.
그는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를 나와 2008년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콩쿠르에서 3위를 차지했고, 2010년 소니 클래시컬 전속 아티스트가 됐다. 이듬해 데뷔 앨범을 선보였고, 2012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독일 클래식 음반상인 ‘에코상’을 받았다. 인도주의 활동가로도 유명하다. 2008년 러시아가 고국 조지아를 침공한 것에 항의하는 뜻으로 러시아에서 연주하는 것을 거부해왔다. 2015년 유엔 창립 70주년 기념 시리아 난민을 위한 콘서트, 2016년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 전쟁 부상자를 위한 키이우 자선 콘서트, 2018년 러시아 인권침해 반대 콘서트, 유엔 기후변화 컨퍼런스 등 여러 의미 있는 무대에도 적극 섰다.
부니아티쉬빌리 연주는 유려한 기교로 관객들이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게 매력이다. 그 역시 “내면의 감정을 통해 청중들과 끊임없이 소통을 시도하는 것”이 자기 연주의 특징이자 강점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예술은 거울과도 같다. 거짓말은 다 보이고 결국 그 거짓말로 예술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진실이 결핍된다”며 “내면의 진실성으로 연주하고 소통하는 연주가가 되어 ‘에센스’(본질)가 결핍되지 않는 예술을 선보이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미궁’(Labyrinth)을 주제로 사티의 짐노페디 1번을 비롯해 쇼팽, 바흐, 슈베르트, 리스트의 짧은 곡들을 모아 선보인다. 미궁은 고독과 우수가 가득한 연주를 녹음해 2020년 선보인 앨범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번 무대에선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부니아티쉬빌리는 “미궁 속을 걸어가며 느끼는 복잡함 감정들의 이야기를 함께 풀어나가고 싶은 마음에 이번 프로그램을 구상하게 됐다”며 “관객분들이 어떠한 작품이나 하나의 프로그램에 집중하기보다 전체 프로그램을 하나의 이야기로 들어주시고 그에 따른 해석을 느끼신 감정대로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미궁에 빠져 느끼는 감정들의 복잡함은 마치 인간의 뇌와도 같은 것 같다. 미궁 속을 걸어가는 하나의 여정으로 생각해 주시고 들어주셨으면 한다”고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