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헬기 이륙 30∼40초 만에 추락… 경비함정에서 목격”

기상 악화는 아닌 듯
8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마라도 남서쪽 약 370㎞해상에서 남해해경청 항공대 소속 헬기(S-92)가 추락했다. 현장에 출동한 제주해경청 소속 대원들이 실종자를 찾기 수색을 벌이고 있다.  제주지방해양경찰청 제공

제주 마라도 남서방 370㎞ 해상에서 발생한 남해해경청 항공대 소속 헬기(S-92) 추락 사고는 헬기가 경비함정에서 이륙하자마자 발생했다.

 

제주해양경찰청 박제수 경비안전과장은 8일 이번 사고에 대한 브리핑에서 “사고 헬기는 이륙 직후 30∼40초 만에 추락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경비함정에서도 사고를 목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사고 헬기는 중앙해양특수구조단 대원 6명과 헬기 운영요원 4명 등 총 10명이 탑승해 지난 7일 오후 9시 15분 김해공항에서 이륙했고, 오후 10시 16분 제주공항에서 급유한 뒤 오후 11시 9분 제주에서 출발했다.

 

헬기는 이튿날인 이날 0시 53분쯤 마라도 남서쪽 370㎞ 해상에서 경비함정 3012함에 착륙했고, 구조대원 6명은 3012함에 내렸다.

 

이후 사고 헬기는 3012함에서 항공유를 보충한 뒤 복귀하기 위해 헬기 운영요원 4명을 태운 채 오전 1시 32분 이륙했는데, 곧 해상으로 추락했다는 것이 해경의 설명이다.

 

사고 직후 3012함이 고속단정을 내려 추락 위치 인근에서 오전 1시 47분쯤 기장 최모(47) 경감을 구조했고, 오전 2시 10분쯤 부기장 정모(51) 경위와 전탐사 황모(28) 경장을 차례로 구조했다.

 

이들 3명은 3012함으로 옮겨져 응급처치를 받았으나 부기장과 전탐사는 사망했다. 기장은 다발성 골절과 출혈 등이 있는 상태로 공군 헬기로 제주에 이송돼 이날 오전 제주시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해경 헬기 해상 추락 사고 지점. 제주해양경찰청 제공

헬기 탑승자 중 정비사인 차모(42) 경장은 실종됐다.

 

사고 당시 해역의 기상은 남동풍 초속 2∼4m, 파고 1m, 시정거리 약 9.3㎞로 기상악화에 의한 추락 가능성은 희박하다.

 

또 이번 사고 유일한 생존자이자 기장인 최 경감이 24년간 3155시간의 비행이력을, 숨진 부기장 정 경위도 23년간 3238시간의 비행이력을 가진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어서 조종 미숙의 개연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해경은 보고 있다.

 

특히 최 경감은 사고 헬기 기종인 S-92도 328시간이나 비행했다. 한 기종을 200시간 이상 비행하면 해당 기종의 교관 자격이 부여된다.

 

다만, 야간 수색은 베테랑 조종사에게도 까다로운 비행 환경이라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해경 관계자는 “야간 비행은 최고의 조종술이 필요하다. 특히 해상에 떠 있는 함정에서 이륙하고 착륙할 때는 육상과 비교했을 때 작은 바람에도 큰 영향을 받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에 대비해 평소에도 계속해서 훈련하고 있고, 최 경감과 정 경위 역시 원거리 운항과 이러한 이·착함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가능성으로는 정비 불량이나 기체 결함이 제기된다.

 

해경은 사고 헬기의 마지막 정비 시간과 과정 등에 대해서는 현재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고 기종인 S-92 헬기는 국내에 총 5대 도입됐으며, 해경이 보유한 2대 모두 사고 이력은 없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바닷속에 가라앉은 헬기 동체를 찾아내 블랙박스를 회수 한 뒤 분석해야만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해경은 추락 직후 현장에 있던 3012함이 계속해서 수색을 벌이고 있으며 해경과 군 항공기가 차례로 도착해 오전 3시 50분부터 조명탄 51발을 쏘며 수색을 진행했다.

박제수 제주지방해양경찰청 경비안전과장이 8일 오전 제주해경청 1층 대회의실에서 제주 마라도 남서쪽 먼 해상에 추락한 남해해경청 소속 헬기 S-92와 관련한 사고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해경 대형함정 6척과 해군 함정 4척, 남해어업관리단 어업지도선 1척 등도 현장으로 이동 중이다.

 

해경은 가용 세력을 총동원해 이른 시간 내 실종자를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전날 대만 해역에서 조난신고가 접수된 교토 1호에 대한 수색도 진행 중이다. 교토 1호에 승선한 6명은 모두 한국 국적이다.

 

현재 대만 구조당국의 함정과 헬기가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으며, 수중 수색을 위해 중앙해양특수구조단 잠수지원함 D-01함이 특수구조팀 15명 등 31명을 태우고 현지로 출발했다고 해경은 전했다.

 

◆사고 헬기는 정원 21명 ‘헬리버스’

 

사고 헬기는 미국 시콜스키사 S-92 기종으로 2014년 도입됐다.

 

S-92 헬기는 회전 날개 길이가 20.9m인 대형 헬기로, 정원은 21명이다.

 

S-92 헬기는 기장과 부기장 등 조종사 2명, 전탐사 1명, 항공구조사 4명, 응급구조사 1명, 정비사 1명 등 9명 외에 최대 12명을 한 번에 구조해 이동 가능한 헬기여서 도입 당시 큰 주목을 받았다.

 

사고 헬기는 한 번 주유로 842㎞ 비행이 가능하며, 최고 시속 270㎞ 속도로 이동할 수 있다.

추락한 남해해경청 항공대 소속 헬기(S-92). 제주해양경찰청 제공

자동항법장치와 수색 레이더, 적외선 열상장비, 구조용 호이스트 등이 탑재돼 주야간 해상 수색과 인명 구조가 가능하다.

 

거대한 크기 때문에 ‘헬리버스’라는 별칭을 가진 이 헬기는 국내에 총 5대 도입됐다.

 

공군이 보유 중인 3대는 대통령 전용기로, 2005년 노무현 정부 시절 재가돼 2007년까지 순차적으로 인도됐다.

 

해경이 보유한 나머지 1대는 2017년 11월 서해해양경찰청 항공대에 도입돼 서해에서 작전에 투입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