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 찾아볼 수 없다”… 檢, 巨與 ‘검수완박’ 강행에 집단 반기

대검 “극심한 혼란” 공개 반대
“형사사법시스템 근간 흔들어”
검찰 내부망서도 성토 잇따라
고검장회의서도 문제 집중 제기
민주, 12일 의총… 방향 최종결정
사진=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정부 임기말 개혁 완성을 명분으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강행을 추진하자 검찰이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김오수 검찰총장을 향한 검사들의 거친 비판도 제기됐다. 대검찰청이 민주당의 검찰 수사기능 전면 폐지 방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힘에 따라 여당과 검찰이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 검찰총장 재직시절 정부·여당에 맞섰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입장 표명 여부에 따라 파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대검은 8일 오후 출입기자에게 보낸 문자에서 “현재 시행 중인 개정 형사법은 1년3개월이라는 장기간 동안 논의를 거치고 (국회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절차를 밟는 등 지난한 과정을 통해 입법되었으나, 시행 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러 문제점들이 확인돼 지금은 이를 해소하고 안착시키는 것이 시급하다”면서 “정치권의 검찰 수사기능 전면 폐지 법안 추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대검은 또 “검사가 직접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70여년간 시행되던 형사사법 절차를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으로, 극심한 혼란을 가져올 뿐 아니라 국민 불편을 가중시키고 국가의 중대범죄 대응역량 약화를 초래하는 등 선진 법제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열린 고검장 회의에서도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의 문제점이 집중적으로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권상대 대검 정책기획과장은 검찰 내부전산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민주당의 ‘검수완박’ 추진 움직임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황을 전하고, “70년 검찰 역사와 제도를 형해화시키고 형사사법 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드는 법안이라도 다수당이 마음을 먹으면 한 달 안에 통과될 수 있는 거친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각 검찰청 검사들이 댓글 형식으로 입장문을 올리면서 민주당에 대한 집단적인 비판으로 이어졌다.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는 이프로스에 “부는 바람을 등에 맞고 유유히 앞으로 나아가면서 ‘왜 너는 느리게 가느냐’라고 비웃으실 때는 언제고, 바람이 앞에서 역풍으로 부니 껍질에 목을 넣는 거북이처럼, 모래 구덩이에 머리를 박는 타조처럼 사라져버리시는 분들을 선배로 모시고 있다는 것이 부끄럽다”면서 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보조를 맞춰온 김 총장 등 검찰 수뇌부를 비판했다.

김오수 검찰총장. 뉴시스

국회는 전날 민주당 출신 무소속 양향자 의원을 법제사법위원회로, 법사위 소속 민주당 박성준 의원을 기획재정위로 맞바꿔 사보임했다. 여당과 야당 위원 구성이 3대 3인 법사위 안건조정위가 양 의원 합류로 사실상 ‘4대 2’ 구도로 바뀔 경우 민주당 의지대로 쟁점 안건을 본회의에 올릴 가능성이 커진다.

 

민주당은 오는 12일 정책 의원 총회에서 검찰 수사권 관련 입법 방향을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박주민 의원은 이날 TBS라디오에 출연해 “수사·기소 분리가 더 되어야 된다는 방향성에 대해선 (당내에) 거의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같은 별도 기구를 설치하기보다는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을 통해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떼어내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문재인정부 5년 내내 검찰개혁을 밀어붙이면서도 뜻을 이루지 못한 민주당이 임기말 다시 ‘검수완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은 적잖다. 정권이 바뀌면 검찰이 사정 수사를 내세워 민주당 인사들을 겨냥하지 못하도록 ‘검찰 무장해제’를 시도한다는 비판이다.

 

최근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 재개와 한동훈 검사장 무혐의 처분 등이 이어지면서 정권교체기 검찰의 눈치보기식 행태를 지적하는 여론도 있다. 검찰 한 관계자조차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당선되자 이렇게 집단 반발하는 자체가 스스로 정치적 중립성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