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적으로 제조됐거나 또는 기존 제품이 조각나서 미세화된 크기의 5mm 이하의 합성 고분자 화합물인 ‘미세플라스틱(microplastics)’. 최근 다양한 곳에서 검출되면서 인체에 해롭다는 것이 알려지는 등 환경 관련 문제에서 적잖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 미세플라스틱이 살아있는 사람의 폐 깊숙한 곳에 박혀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가장 많이 나온 미세플라스틱 입자는 폴리프로필렌(PP)과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성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헐요크 의대 연구팀은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연구팀은 폐암·폐기종 환자에게 자신의 장기 중 일부를 떼어준 13명 중 11명에게서 폐 조직 1g당 평균 1.42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주요 성분은 플라스틱 포장이나 파이프 등에 많이 쓰이는 PP와 페트병에 사용되는 성분인 PET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였다. 이러한 입자는 폐 상부나 중간부보다 하부에서 더 많이 발견됐다.
숨진 사람을 부검한 폐 조직에서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발견된 적은 있지만, 산 사람의 폐에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논문의 저자인 로라 새도프스키 헐요크의대 수석연구원은 “폐 하부 기도는 매우 좁아서 아무리 작은 입자라도 여기 도달하기 전 걸러지거나 포집될 것이라 예상했다”라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지난달에는 건강한 성인의 혈액에서 미세플라스틱이 최초 확인된 바 있다
지난달 24일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 연구팀은 건강한 성인 22명의 혈액 표본을 분석한 결과 약 80%인 17개 표본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 바 있다.
성분은 PET가 절반 이상의 표본에서 발견됐고, 표본의 3분의 1 이상에서는 PS, 4분의 1에서는 포장용 랩에 주로 쓰이는 폴리에틸렌(PE)이 발견됐다.
이는 미세플라스틱이 혈액을 타고 신체 내부를 돌아다니거나 특정 장기에 머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이다.
딕 펫하크 암스테르담자유대 교수는 “선행 연구에선 어른보다 아기의 배설물에 미세플라스틱이 더 많고, 플라스틱병으로 우유를 먹인 아기는 하루 수백만개의 미세플라스틱을 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밝혔다.
또한 오스트리아 빈 의대는 1인당 일주일에 5g의 플라스틱이 위와 창자 등 소화계통 기관을 통해 유입된다고 발표했다. 이는 신용카드 한 장 무게와 맞먹는 양이다.
실험 결과, 이렇게 들어온 1㎛(마이크로미터) 크기의 플라스틱은 장내 미생물 집단(마이크로바이옴) 구성에 변화를 일으키고, 이는 당뇨병 등 대사질환 발병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일정 이상 흡수될 경우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 위해를 가할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 보고서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 크기가 150㎛ 이하이면 소화관 내벽을 통과할 수 있고, 0.2㎛ 이하이면 체내 조직으로 흡수돼 국부적 면역체계 이상, 장 염증 등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특히 0.1㎛ 미만이면 위장관 림프 조직을 통해 간, 비장, 심장, 폐, 흉선, 생식기관, 신장, 뇌로 이동할 수 있고 혈액뇌장벽은 물론 태반 장벽도 뚫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세계보건기구(WHO) 등은 현재로서는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한국인이 음식을 통해 날마다 16.3개의 미세플라스틱을 먹고 있지만, 이 정도는 건강상 위해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쓰레기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지 않으면 결국 인간에게 노출되는 빈도가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관련된 대책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