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의 경기 회복에 대한 기업들의 기대감이 살아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 제조업 생산비가 6.7% 증가해 기업들을 압박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10일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1000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한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 조사’에서 2분기 전망은 시황(101)과 매출(104) BSI 모두 100을 넘었다.
BSI는 100(전분기 대비 변화 없음)을 기준으로 200에 가까울수록 전분기 대비 개선을, 반대로 0에 근접할수록 악화를 전망하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줄곧 하락세였던 시황 BSI는 네 분기 만에 상승 전환됐다. 매출 BSI도 두 분기 만에 반등했다. 내수(103)와 수출(104) BSI도 전분기와 달리 100을 모두 웃돌았고, 설비투자(102)와 고용(105) 역시 100을 넘어섰다.
업종별 매출전망 BSI를 보면 정보통신기술(ICT) 부문이 108로 전분기(98) 대비 10포인트나 상승했다. 신산업(1분기 100→2분기 104)은 두 분기 연속 100을 웃돌았고, 기계 부문(95→104)과 소재 부문(93→101)은 네 분기 만에 100을 웃돌았다.
기업들의 제조업 회복 기대감은 커지고 있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의 흐름에 따라서 우리나라 제조업 전체 생산비용이 적게는 2.4%, 많게는 6.7%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공개한 ‘우크라이나 사태가 국내 주요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사태는 에너지 및 주요 원·부자재 가격 상승을 초래하고 이는 결국 국내 제조업의 생산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우선 우크라이나 사태가 단기간에 해결돼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제재가 ‘미국의 강력 제재 및 유럽의 소극적 제재 참여’라는 현 수준에 그치는 ‘기본 시나리오’의 경우 올해 유가와 천연가스의 연평균 가격은 지난해보다 33%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비철금속의 가격 상승폭은 30% 수준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른 국내 제조업 전체 생산비는 평균 2.38%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기본 시나리오에서는 주요 업종별 생산비 증가폭은 석유제품 18.54%, 화학제품 3.06%, 철강 1.95%, 섬유제품 0.98%, 자동차 0.89% 등의 순이었다.
이에 비해 사태가 장기화해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가 적극적으로 대러 에너지 제재에 참여하는 ‘비관 시나리오’의 경우 유가와 천연가스의 연평균 가격이 100% 급등하고, 비철금속도 50%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른 국내 제조업 전체 생산비 증가폭은 평균 6.66%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비관 시나리오에서는 석유제품의 생산 비용 증가폭은 56.16%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이어 화학제품 9.18%, 철강 4.99%, 섬유제품 2.95%, 자동차 2.53% 등의 순이었다.
다만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업종인 반도체의 생산비용 증가폭은 기본 시나리오에서 0.27%, 비관 시나리오에서 0.74%로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을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생산비용과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외에도 물가 상승 및 교역 조건 악화와 이로 인한 소득감소 및 내수 침체가 나타날 수 있다”며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생산비용 상승 압력을 가중하는 동시에 세계 경기 회복을 저해하고 전 세계 경기침체로 이어지면서 스태그플레이션(불황 속 물가상승) 상황을 초래할 가능성이 커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이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수입 비중이 높은 에너지, 희귀가스 등 핵심 원ㆍ부자재에 대해 수 출ㆍ수입선 다변화 등의 대응책을 마련하고, 기업들의 생산에 필요한 원부자재 등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