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안 잡힌다” “춥고 배고프다”… 경기도, 지난해 비응급신고 ‘폭증’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지난 2월1일 새벽 4시50분쯤 경기도의 한 도로에서 다급하게 119구급차를 찾는 신고가 접수됐다. 하지만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들은 기가 막힌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은 신고자가 “택시가 한 시간째 잡히지 않는다”며 전화를 걸었기 때문이다. 대원들은 신고자에게 택시를 잡아 준 뒤 발길을 돌려야 했다. 앞서 지난 1월에는 새벽 추위에 떨던 중년 남성이 어눌한 말투로 도움을 요청해왔다. 출동한 대원들은 길가에 주저앉은 남성으로부터 “무좀이 있는데 양말 실밥이 발에 묻은 것 같다”는 얘기를 듣고, 신고자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경기지역에서 응급 상황이 아닌 용무로 119에 신고하는 사례가 1년 새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구급 출동 환자 이송 건수는 2020년 36만5919건에서 2021년 40만5839건으로 10.9%(3만9920건) 늘었다. 이 가운데 응급이송은 36만2671건에서 39만7115건으로 9.5% 증가한 반면 외래방문, 단순주취자 등 비응급 이송은 3248건에서 8724건으로 168.5% 급증했다.

 

아울러 이송 불필요, 신고 취소, 환자 없음 등이 주된 요인인 미이송 건수(사망 추정 포함) 역시 2020년 27만214건에서 2021년 33만7032건으로 24.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들은 “보일러가 안 돌아가 추우니 집주인에게 연락해달라” “춥고 배고프다” 등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노출되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드러났다.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비응급 신고를 거절할 수 있도록 했으나 신고만으로 정확한 상황을 판단할 수 없어 대부분의 경우 구급대가 현장을 찾게 된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진자에 비응급 신고까지 증가 추세를 보이면서 출동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며 “비응급 환자는 119 신고를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