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과 새 정부 정책 밑그림 그린 한덕수 후보자

첫 내각 인선 특징
尹과 새 정부 정책 밑그림 그려
공약 수행할 적임자 판단한 듯
인수위, 한덕수 서명 추천서 공개
“책임총리제 실현 첫 걸음” 강조
평균 나이 60.5세… 호남 출신 ‘0’
민주 “나눠먹기 논공행상 인사”

내각 인선 뒷이야기
“신상 털린다고 가족들이 말려”
장관직 유력거론 인사 손사래
선거 앞두고 ‘송곳검증’ 부담 커

10개 부처 하마평
사회부총리 정철영·최진석
법무 조상철·한찬식·강남일
행안 이태규·이철규 등 거론
장관 인선 발표하는 尹 당선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8명의 새정부 첫 장관 인선을 발표한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의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기자들이 윤 당선인의 발표 내용을 취재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발표한 8개 부처 장관 후보자 인선에는 대선 기간부터 대통령직인수위원회까지 지근거리에서 윤 당선인을 도운 인사들이 대거 발탁됐다. 새 정부 정책의 밑그림을 그린 인물들이 윤 당선인의 공약을 충실하게 수행해줄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지명된 원희룡 기획위원장에 대해선 부동산 등 전문 이력이 없다는 점에서 ‘깜짝 발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인수위는 한덕수 총리 후보가 자필로 서명한 ‘국무위원후보자 추천서'를 공개했다. 인수위 측은 “책임 총리제 실현의 첫걸음”이라며 “인수위에서 총리 후보자가 국무위원 후보자 추천권을 공식 행사한 첫 사례”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제 식구 나눠먹기식 논공행상 인사”라고 비판했다.

 

이날 윤 당선인이 발표한 여덟 명의 후보자는 대부분 윤 당선인을 보좌하며 하마평에 올랐던 인물들이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인 추경호 의원은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간사를 맡고 있다.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이종섭 전 합동참모본부 차장은 인수위 외교·안보분과 인수위원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인 박보균 전 중앙일보 부사장은 윤 당선인의 특별고문을, 여성복지부 장관 후보자 김현숙 전 의원은 당선인 정책특보를 맡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 이창양 카이스트 교수는 인수위 경제2분과 간사,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인수위 기획위원장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정치인 출신 비전문가라는 점에서 ‘깜짝 배치’라는 평가다. 대선 기간부터 ‘대장동 1타 강사’를 자임하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의혹을 겨냥해 주가를 올렸지만, 국토와 부동산, 교통 등 전문 분야 경험이 없다. 김현숙 후보자는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하마평에 올랐지만 여가부에서 부처 개편 방향을 결정할 임무를 맡게 됐다.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정호영 전 경북대 병원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연구소장의 경우도 주로 거론되지 않았지만 코로나19 대응 과정과 반도체 전문성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0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검증이 끝난 8개 부처의 장관 인선을 직접 발표했다. 사진 윗줄 맨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종섭 국방부, 원희룡 국토교통부, 김현숙 여성가족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정호영 보건복지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제공

이번 1차 내각 발표 후보자 8명의 나이 평균은 60.5세(50대 3명, 60대 5명)다. 출생지는 경남 2명, 경북 1명, 대구 2명, 서울 1명, 제주 1명, 충북 1명이다. 서울대 출신이 3명으로 가장 많고, 경북대·고려대 각 2명, 육군사관학교 1명 등이다. 호남 출신은 한 명도 없다. 후보자 시절 ‘30대 장관’을 예고했던 점에서 다양성이 부족해 보인다는 질문을 받은 윤 당선인은 “해당 분야를 잘 맡아 이끌어주실 분이신지 기준을 두고 선정해서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한 후보자는 이날 지명된 후보자들에 대한 추천서에 자필 서명했다. 한 후보자는 “총리의 제청권을 좀 더 대통령께서 인정을 하시겠다는 게 인수위 단계부터 구현된 거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원일희 수석부대변인이 10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초대 내각 후보자 명단 발표 기자회견이 끝난 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서명한 국무위원후보자 추천서를 공개하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윤 후보가 자기를 도왔거나 그간 거론된 주요 인사들을 중심으로 1차 인선을 발표하면서 청문회에선 민주당의 파상 검증 공세가 예상된다. 이창양 후보자의 경우 SK 하이닉스, LG 디스플레이 등 사외이사로 활동해 업계 현안에 밝다는 장점이 있지만, 13년간 8억원의 보수를 받아 이해충돌 여지가 청문회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윤 당선인은 균형과 조화를 ‘나눠먹기’로 잘못 이해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면면을 보면 지역, 학교, 정책 노선 등에서 ‘균형’이 미흡했다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법, 원칙, 공정, 상식, 도덕, 양심에 어긋나는 바가 없는 후보인지 살펴보겠다”며 “끝까지 국민 눈높이에 맞춰 국민과 함께하는 인사청문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정부 초대 내각인 만큼 우선 안정적인 정부 출범을 위해 적극 방어에 나설 방침이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시작 전부터 어떻게든 흠집을 내보려는 구태정치. 이제는 그만할 때도 됐다”고 반박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한 8개 부처의 장관 후보자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이종섭 국방부 장관, 윤 당선인, 이창양 산업통상부 장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이종호 과학기술정통부 장관 후보자.   인수위사진기자단

◆‘실력’ 방점… 청문회 부담에 고사 속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0일 8명의 새 정부 장관 후보자를 공개하면서 인선 기준으로 ‘실력’을 꼽았다. 지역·성별·출신 학교를 안배하다 보면 도리어 능력이 부족한 인물이 내각에 포함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다. 하지만 실력을 갖췄음에도 신상털기식 인사청문회가 부담스러운 탓에 장관직을 고사했다는 인사도 적잖다는 후문이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모 부처 장관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된 인사는 인사청문회 부담과 가족들 반대로 장관직 제안을 거부했다. 그를 잘 아는 인사는 “새벽에 출근해서 밤중에 퇴근하는 고된 업무를 하는 데다 청문회에서는 신상이 다 털린다고, 가족들이 모두 뜯어말렸다고 한다”며 “지금처럼 조용히 정부에 좋은 제안이나 하면서 살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게다가 지방선거를 앞둔 만큼 더불어민주당도 송곳 검증을 예고한 상황이다. 보수·진보 진영의 시각차가 확연한 분야의 부처일수록 지명이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예컨대 교육 정책은 자사고·특목고 등 수월성 교육과 대학 입시 등에서 양측 시각차가 상당하다. 그만큼 장관직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공무원 인사 업무를 담당하는 행정안전부는 공무원에 대한 부당 인사와 압박 등이, 법무부는 ‘보복 수사’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다만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상당한 양의 검증 자료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자료 제출이 늦어지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면서 “인선에 난항을 겪는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8개 부처 장관 인선 발표를 마치고 사무실을 나서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남은 내각, 관료 출신 전문가 집중적으로 검증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8명의 새 정부 장관 후보자를 발표하면서, 남은 10개 부처의 장관 후보자로 누가 지명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윤 당선인은 지역·세대·성별 할당 등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유능한 인재를 인선하다 보면 균형 있는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행 정부조직도상 발표되지 않은 장관 후보자는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법무부 장관, 행정안전부 장관, 외교부 장관, 통일부 장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양수산부 장관, 환경부 장관, 고용노동부 장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10명이다.

 

우선 사회부총리로는 정철영 서울대 교수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와 나승일 전 교육부 차관도 거론되고 있다.

 

‘정치인 배제’ 기조로 알려진 법무부 장관으로는 윤 당선인의 연수원 동기인 조상철 전 서울고검장과 함께 한찬식 전 서울동부지검장, 강남일 전 대전고검장 등이 언급된다. 행안부 장관으로는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의 측근 인사인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과 윤 당선인 측 핵심이자 경찰 출신인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다만 6·1 지방선거를 앞둔 만큼 정치인 출신 인사를 앉히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다. 윤 당선인이 그간 문재인정부를 겨냥, 정치적 중립성이 필요한 법무부·행안부 장관에 정치인 출신 인사를 기용했다고 비판해 온 것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윤석열정부의 첫 외교·안보라인 중 외교부 장관으로는 국민의힘 박진 의원이 유력하다. 통일부 장관은 정치인보단 전문가 인선에 무게를 두고 막판 검증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 부위원장인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도 후보군으로 거론됐지만, 대선 당시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낸 4선 의원이 맡기엔 ‘정치적 체급’에 맞지 않는 인선이란 평이 나온다. 다만 권 의원의 결심에 따라 변동이 생길 가능성은 있다. 해수부 장관엔 이연승 전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이 검증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장의 경우 기재부 1차관을 지낸 최상목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2차 내각 인선 발표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인사청문회 통과가 우선 사안인 만큼 관료 출신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검증 작업이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은 이날 “앞으로도 장관 후보자에 대한 추가 인선과 검증이 완료되는 대로 국민 앞에 보고드리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