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논란으로 본 병역특례… 결국 ‘형평성·공정’ 이슈 [뉴스분석]

방탄소년단. AP연합뉴스

방탄소년단(BTS)의 병역특례가 ‘뜨거운 감자’다. 정치권이 논의에 불을 지피고, 소속사가 입장을 밝히면서, 이들의 병역특례 논란은 수면위로 떠올랐다.

 

사실 BTS를 둘러싼 병역특례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방부를 중심으로 줄어드는 병력 난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병역특례 대상을 계속 축소하는 가운데, 지난 2019년에도 BTS의 병역특례 여부가 쟁점이 됐고, 결국 형평성을 고려해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번에 BTS가 병역특례 대상이 되면 당시의 결정을 뒤집게 된다. 이렇게 되면 정부와 정치권의 일관성 없는 정책이 도마 위에 오를 수 있고, 군대에 가야 하는 10∼20대 남성의 불만도 커질 수 있다. 반면 국격을 높이는데 기여한 BTS의 병역특례를 인정해야 한다는 여론도 크다. 수년간 지속한 논란을 정리해 본다.
 

◆2018년에도 이슈… 계속되는 논란

 

라스베이거스에서 공연 중인 BTS의 소속사인 하이브가 현지에서 공식적 입장을 내놓으면서, 병역특례 문제가 온라인을 달구고 있다.

 

하이브의 이진형 커뮤니케이션 총괄(CCO)은 9일(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에서 “아티스트(BTS)의 병역에 대한 논의가 이번 국회에서 정리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2020년 이후부터 병역 제도가 조금씩 변화하다 보니 회사와 협의하면서 지켜보고 있다”며 “국회에서 계류 중인 병역법 (개정안) 제출 시점 이후에는 판단을 회사에 일임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 “멤버들은 그간 ‘국가 부름에 응하겠다’고 밝혀왔는데 지금도 변함이 없다”면서 “이번 국회를 넘기게 되면 하반기 국회가 재구성되는 과정에서 기약 없는 논의가 지속될 것인데 불확실성이 어려움을 주는 게 사실”이라며 조속한 결론을 촉구했다.

그룹 방탄소년단의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라스베이거스(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LAS VEGAS)' 콘서트가 열리는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 인근에 설치된 머치(공식 상품) 박스에서 팬들이 줄을 서고 있다. 뉴시스

이 총괄이 언급한 2020년 병역 제도 변화는 군 징집·소집을 연기할 수 있는 대상에 ‘대중문화예술 분야 우수자’를 포함하는 병역법 개정안을 말한다. 이 제도로 BTS 멤버들은 만 30세까지 입영을 연기할 수 있게 됐지만, 병역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소된 것은 아니었다. 당장 1992년생인 멤버 진은 올해 연말까지 입대해야 한다.

 

BTS의 병역 특례 논란은 이들이 해외에서 맹활약하면서 시작됐다. 2018년 9월 트위터에는 화제의 키워드로 ‘병역특례’가 올랐다. 당시 BTS는 ‘빌보드200’ 차트에서 2회 연속 1위를 기록했고, 병역특례를 적용하라는 여론이 일었다. ‘손흥민은 되고, BTS는 안된다’는 등 병역특례에 대한 기준이 뭔지를 묻는 사회의 목소리가 컸다. 2015년 쇼팽콩쿠르에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씨가 병역특례 대상이 된 것과도 비교됐다. 왜 순수예술은 되고, 대중예술은 병역특례가 안 되느냐는 불만 여론이었다.

 

◆2019년엔 대체복무 축소 기조에 BTS 병특 제외

 

군 당국과 정치권은 이런 목소리에 반대로 움직였다. 예술 분야의 병역특례 대상을 확대하는 대신 기존 특례를 축소하는 쪽으로 결론이 난 것이다.

병역판정검사가 실시된 2021년 2월 17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경인지방병무청에서 입영 대상자들이 신체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11월 정부는 예술·체육요원에 대한 대체복무는 유지하되, 예술요원 편입 인정대회를 48개에서 41개로 축소했다. 또 병역자원 부족을 이유로 들어, 석사과정 전문연구요원과 산업기능요원, 승선근무예비역 등을 1300명 줄였다.

 

대중문화 예술인을 대체복무 대상에 넣어야 한다는 요구는 감축 기조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언론은 ‘BTS도 결국 군대 간다’ 등의 제목으로 관련 소식을 보도했다. BTS는 차치하고 다른 예술·체육 병역 특례까지 전면 폐지하는 방안까지 거론되는 상황이었다. 결국 일부 병역특례를 유지하되, 병역 대상자들을 달래는 일종의 절충안이 마련된 셈이다.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는 “2022년부터 병역자원이 부족해지는 만큼 안보를 위해서는 대체복무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가요계에서는 한류의 주역인 대중문화계를 외면하는 처사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바뀌지 않은 병력 상황… ‘공정’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정부는 이듬해인 2020년 병역법 개정이라는 땜질식 처방으로 BTS가 입대를 연기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제 BTS의 멤버가 입대를 앞두면서 2019년의 대체복무 논란이 3년 만에 재현되는 양상이다.

여단급 KCTC 쌍방훈련에 참여한 장병이 교전 훈련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그간 군 병력 상황은 개선된 것이 없다. 출산율 감소에 따라 징집이 가능한 19세 남성 수는 매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2019년 기준으로 19세 남성은 33만5000명에서 2023년에는 24만7000명으로 줄고, 2040년이 되면 14만9000명으로 급감한다는 게 통계청 등의 분석이다.

 

설령 모병제를 도입한다고 해도 병력 감소를 막기 어렵다. 이렇다 보니 여성 징병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고 병역특례에 대한 병역 대상자들의 불만도 여전하다.

 

하지만 당장 BTS가 군에 입대한다고, 병력 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실제 국방 개혁 초점은 무인 무기 등 방위산업 기술 선진화로 어떻게 병력을 대체할지에 더 쏠린다.

 

상황은 바뀐 게 없는데, 이번에 BTS의 병역특례를 인정한다면 정부나 정치권은 이에 대한 명쾌한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 결국 BTS 문제는 대중예술인에 대한 사회적 기여를 어떻게 객관적으로 평가할 것인가와 ‘형평성’과 ‘공정’을 현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단순히 BTS의 문제 해결에 그치지 말고, 병역 문제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일도 새 정부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