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성 "나의 실패가 한국 격투기 발전에 도움 되길"

볼카노프스키에게 4라운드 45초만에 TKO패
쓰러지진 않았지만 주심이 경기 종료시켜
정찬성, 경기 후 눈물…볼카노프스키 고개 숙여
볼카노프스키의 펀치를 허용하는 정찬성(왼쪽). AFP연합뉴스

“어느 때보다 자신 있었는데, 넘을 수 없는 벽을 느낀 것 같았다. 격투기를 더 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

 

챔피언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에게 진 정찬성은 경기 후 옥타곤에서 조 로건과 인터뷰에서 경기에 대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몸 상태도, 경기 준비도 완벽했다는 정찬성이 볼카노프스키에게 진 뒤 “더 이상 챔피언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정찬성은 10일(한국시간) 플로리다주 잭슨빌 비스타 베테랑스 메모리얼 아레나에서 열린 UFC273 페더급 타이틀전에서 4라운드 45초만에 TKO 패배를 당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후회되지 않고, 오히려 후련하다”고 말했다. 그는 “완벽하게 져버려서 기대해주신 분들에게 죄송하고, 걱정해 주시는 분들에게 고맙다”며 “챔피언이 이정도라는 걸 배운 것에 허탈할 뿐”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나의 실패가 대한민국 격투기 다음 세대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볼카노프스키에게 “챔피언의 품위를 보여줘서 고맙다”고 덧붙였다.

 

정찬성과 볼카노프스키의 페더급 타이틀전은 일방적으로 마무리됐다. 정찬성은 볼카노프스키보다 긴 리치를 활용한 더티복싱으로 경기를 가져가고 싶어했지만 영리한 볼카노프스키는 빠른 발과 펀치로 정찬성에게 거리를 허용하지 않았다.

 

볼카노프스키는 정찬성의 안쪽을 파고들어 펀치를 적중시킨 뒤 뒤로 빠졌고, 한 박자 늦게 나온 정찬성의 주먹은 허공을 갈랐다.

 

일방적인 흐름은 경기 내내 이어졌다. 2라운드 초반 정찬성의 프론트킥이 볼카노프스키의 안면을 강타하며 분위기가 역전되는 듯 싶었지만 볼카노프스키가 라이트를 적중시키며 정찬성을 휘청이게 만들었다.

 

3라운드부터는 정찬성은 전진스텝을 밟으며 챔피언을 압박했다. 하지만 볼카노프스키는 뒤로 빠지며 카운터를 하나, 둘씩 꽂아넣었다. 결국 정찬성은 쓰러졌고, 볼카노프스키는 상위 포지션에서 파운딩을 넣으면서 경기를 끝낼 기회를 잡았지만 라운드가 종료됐다.

 

4라운드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정찬성의 스텝은 굳었고, 볼카노프스키는 연달아 정찬성의 안면에 펀치를 꽂았다. 정찬성은 휘청거릴 뿐, 쓰러지지 않았지만 허브 딘 주심이 정찬성을 붙잡으며 경기를 종료시켰다.

 

볼카노프스키는 경기 후 옥타곤에서 눈물을 흘리는 정찬성을 향해 말없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정찬성은 볼카노프스키를 안아주며 그의 승리를 축하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