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여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간판 최민정(24·성남시청)이 지켜온 자리다. 식상하지만 달리 표현할 수식어가 많지 않았다. 2015년과 2016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종합우승을 해낸 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2관왕에 오르는 활약을 해낸 덕분이다. 여기에 올림픽 직후 열린 2018년 세계선수권을 또 한번 제패하며 정점에 올랐다. 그러나, 이후로는 부상과 대표팀 내부 갈등 등 여제에겐 험난한 악재가 이어졌다. 여전히 국제대회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냈지만 압도적인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이런 최민정이 4년 만에 세계선수권대회를 휩쓸며 ‘여제’가 완벽하게 귀환했음을 선언했다. 그는 11일 캐나다 몬트리올 모리스 리처드 아레나에서 열린 2022 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1000m와 여자 3000m 슈퍼파이널에서 1위에 등극했다. 하루 전 여자 1500m에서도 금메달을 따낸 최민정은 이로써 네 개 개인 종목 중 세 개를 석권해 랭킹 포인트 107점으로 네 종목 모두 은메달을 따낸 킴 부탱(캐나다·84점)을 제치고 통산 네 번째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아울러 여자 3000m 계주에서도 역전 레이스를 이끌며 우승해 이번 대회에서만 금메달 4개를 목에 걸었다.
최민정은 2020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세계선수권 대회가 취소됐고, 2021년에는 한국이 불참하며 세계선수권 무대에 서지 못했다. 이후 지난 2월 열렸던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1500m 금메달을 따내는 등 경기력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3년 만에 돌아온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를 말 그대로 ‘지배’했다.
이날 우승으로 한국 여자 쇼트트랙 선배들의 전설도 뛰어넘었다. 지금까지는 전이경(1995·1996·1997년), 진선유(2005·2006·2007년)와 종합우승 횟수가 같았지만 이제는 4번으로 가장 많은 종합 우승을 차지한 선수가 됐다.
한편, 남자부에서는 이준서(22·한국체대)가 남자 1000m와 남자 3000m 슈퍼파이널에서 각각 은메달을 차지하면서 종합 3위에 올랐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거둔 남녀 선수 한 명씩을 대표 선발전 결과와 관계없이 차기 시즌 국가대표로 선발하기로 해 최민정과 이준서는 2022~2023시즌에도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무대를 누비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