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시와 12시는 사실 큰 차이를 못 느끼겠어요. 평일에는 어차피 다들 오후 11시 전에 집에 가니까….”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에서 술집을 운영 중인 김모(61)씨는 사적모임 거리두기 완화의 효과를 아직 잘 체감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그는 “지난 2년간 장사가 안 돼서 1억원 넘게 대출받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 달에 700만원씩 적자가 났다”면서 “여전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매출의 절반도 벌지 못한다. 예전엔 아르바이트생 4명을 고용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아르바이트생 1명만 있어도 한가한 경우가 많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영업시간이 1시간 늘어난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해 여전히 영업시간을 오후 11시로 유지하고 있는 식당이나 술집들도 많았다.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일본식 주점을 운영하는 30대 B씨는 “아르바이트생들이 이 근처에 사는 게 아니라서 자정까지 근무하면 택시로 귀가해야 한다. 그들에게 택시비를 줘가면서까지 영업시간을 늘릴 유인이 없다”면서 “거리두기 자체가 무제한으로 해제돼 새벽 늦게까지 장사할 수 있는 게 아니면 크게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조치로 숨통이 조금이나마 트인다는 자영업자들도 있다. 영등포구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50대 김모씨는 “거리두기가 완화한 뒤 선후배 관계로 보이는 8명 이상 단체손님도 왔다”며 “‘8명·11시’보단 ‘10명·자정’이 확실히 낫다. 사람들이 이제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홍대입구 클럽거리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20대 직원도 지난 8일 “지난 주말보다 50% 정도 사람이 늘었다”며 “홍대거리에 사람이 다시 많아졌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주 고객층인 신촌역 근처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오정수(65)씨는 “시험기간이긴 하지만 10명 손님도 받았다. 이전보단 확실히 낫다”고 전했다. 건대입구역 인근에서 수제맥주집을 운영하는 40대 C씨도 “10시 제한일 때와 비교하면 매출이 30% 정도 늘었다”고 했다. 서울대입구에서 실내 퓨전 포장마차를 운영 중인 황모(34)씨는 “주말 들어 확실히 사람이 많아졌다. 예전엔 9시만 돼도 새 손님이 들어오지 않았는데, 이젠 10시 넘어서도 새 손님이 들어오니 테이블 회전을 한두 바퀴 돌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거리두기 완전 해제’와 ‘손실보상’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민상헌 코로나피해자영업자총연대 공동대표는 “거리두기가 완화됐지만 자영업자 입장에선 크게 체감이 안 된다”며 “지금 가장 시급한 건 시간제한을 풀어주고 그간 코로나19로 인해 봤던 손실을 일부라도 보상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