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 BTS 병역 특례 발언들… “군대 가겠다” 입장 변했나

BTS 그동안 “멤버 모두 군대 가겠다” 강조
2020년 노래 가사에도 “갈 테니까…닥치길”
하이브 최근 “병역법 개정안 조속 결론” 주문
팬들 “정치권에서 BTS 이용 말아라” 반발도
방탄소년단. AP연합뉴스

‘ARMY(아미)는 영어로 군대라는 뜻. 방탄복과 군대는 항상 함께하므로 팬클럽과 방탄소년단도 항상 함께라는 의미.’(BTS 공식 카페) 

 

방탄소년단(BTS)은 결국 군대(army)를 외면할까. 세계에서 충성심이 가장 높은 팬덤으로 불리는 아미(ARMY)를 보유한 방탄소년단(BTS)은 2013년 데뷔 이후 늘 “멤버 모두 군대 가겠다”고 공언해왔다. BTS 멤버 슈가는 2020년 자신의 노래 가사를 통해 병역 특례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BTS가 병역 문제를 소속사에 일임했다고 알려지면서 입장이 변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BTS “군 복무는 당연한 의무” 공언해와

 

병역 관련 질문이나 논란이 나올 때마다 BTS 멤버 7명은 늘 “국가의 부름에 응할 것”이라고 한결같이 답해왔다.

 

12일 세계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를 통해 2018∼2022년 기사(일간지 10곳 기준) 638건을 분석해 BTS 병역 특례 문제 관련한 발언을 모았다.

 

BTS가 병역과 관련한 입장을 처음 밝힌 것은 2018년 10월 도종환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입을 통해서다. 도 장관은 이달 10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체부 국정감사에서 “7명 멤버가 모두 언론에 군대에 가지 않겠다고 (하는 것처럼 보도가 되는걸) 예민하게 생각하고, 반드시 군대에 가겠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병역판정검사가 실시된 2021년 2월 17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경인지방병무청에서 입영 대상자들이 신체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4월 미국 빌보드에서 역대 세 번째 정상을 차지한 BTS는 미국 방송에 나와 “군 복무는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달 21일(현지시간) CBS ‘선데이모닝’과 인터뷰에서 멤버 진은 “군입대는 한국인의 당연한 의무”라며 “언젠가 올 국가의 부름에 응답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입대 이후 해체나 각자의 길을 가게 될지 걱정하냐는 질문에 현재를 즐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튜브를 통해 정규 4집 간담회를 가졌던 2020년 2월24일 BTS 멤버 진은 다시 한 번 “병역은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하고 나라의 부름이 있으면 언제든지 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유튜브 생중계로 대체됐던 이날 기자간담회는 22만명 이상이 시청했다.

 

같은해 11월2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진은 “대한민국 청년으로서 병역은 정말 당연한 문제”라며 “멤버들과도 자주 이야기하는데 병역에는 모두 응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멤버 슈가는 2020년 6월 내놓은 두 번째 믹스테이프 ‘D-2’의 수록곡 ‘어떻게 생각해?’(What do you think?)에서 노래 가사를 통해 병역 특례에 선을 그었다. 이 노래 가사에는 “군대는 때 되면 알아서들 갈 테니까”, “우리 이름 팔아먹으면서 숟가락을 얹으려고 한 X끼들 싸그리 다 닥치길” 등 그의 생각이 담겼다.

 

그런데 최근 BTS 소속사 하이브가 사실상 정치권에 병역 특례를 주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팬들 사이에서 ‘입장을 바꾼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이진형 하이브 커뮤니케이션 총괄 COO. 하이브 제공

이진형 하이브 최고커뮤니케이션 책임자(CCO)는 지난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MGM 그랜드콘퍼런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에 계류된 병역법 개정안이 조속히 결론이 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BTS가 공백 없이 활동을 이어나가기를 바란다”며 “현재의 동력을 유지하면서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확인하고 싶고, 그 끝을 함께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같은 발언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안철수 인수위원장 등이 하이브를 방문한 후 1주일 만에 나왔다.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은 하이브 방문 전날인 지난 1일 “정말 우수한 연예인에 대해 병역특례를 제시해야 하지 않느냐는 얘기는 충분히 있을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가 먼저 묻기보다는 경청하고 녹여낼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날 하이브를 방문한 후 안 위원장은 BTS 병역특례 문제에 대해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에서 국회와 함께 논의해 결정할 사안”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라디오에 출연해 “(병역법 개정안을) 4월 중에는 마무리할 생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BTS 이용하는 정치권…“아미가 두렵지 않나”

 

일각에서는 정작 BTS는 가만히 있는데 정치권이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8년 하태경 당시 바른미래당 의원이 처음 BTS의 병역 특례를 주장하자 팬들은 “누가 면제해달라고 했나”라며 반발했다. 하 의원이 BTS 병역특례 관련 기사를 트위터에 공유하자 댓글에는 “당신의 정치에 BTS를 이용하지 말라”, “미필이면서 허세부리지 말라”, “BTS와 팬 그 누구도 병역특례에 불만을 표한 적 없다. 신체검사도 묵묵히 하고 오는 사람들을 욕먹게 하지 말라”, “팬들은 군면제 바라지 않는다. 그 시간에 밀린 법안이나 보시라” 등 비난을 쏟아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 뉴스1

하 의원은 80년대 민주화 운동 시기에 시국사건 수형 생활로 병역을 면제받은 바 있다. 이에 하 의원은 “제가 방탄소년단을 언급함으로써 방탄소년단이 정치적 논쟁의 중심에 들어온 것은 유감”이라며 “일부 언론에서 BTS 팬들이 군면제를 요구했다고 하는데 결코 사실이 아니다”라고 사과했다. 하 의원 의견에 동조했던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단지 체육인, 순수예술인들은 병역특례 대상이 되는데 대중예술인들은 안 되는 것에 대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방탄소년단을 한 사례로 제기한 것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2020년 10월 초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BTS와 축구선수 손흥민을 언급하며 “군 복무를 하면서도 국위 선양을 계속하도록 마련된 게 병역특례 제도”라고 강조했을 때도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당시 BTS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공모주 청약 기간이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BTS의 군대 문제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주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다. 여당 고위 관계자의 그런 발언은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병역 특례 논쟁 자체가 BTS 명예 손상”

 

이들과는 반대 입장을 내비친 정치인도 있다. 2020년 10월 김종철 당시 정의당 당대표 후보는 “BTS의 팬인 ‘아미’의 일원으로서 (병역 특례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BTS의 군복무 문제는 훌륭한 아티스트에 대한 병역 특례에 그칠 것이 아니라 청년들의 군복무 기간에 대한 진지한 논의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달 박성민 당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도 “본인들이 적극적으로 병역을 성실하게 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정치권에서 부담을 지어주는 게 맞나”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제64회 그래미 어워즈에 참석한 그룹 방탄소년단(BTS). 빅히트 뮤직 제공

올해 대선 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BTS 병역 면제 혜택 논란과 관련해 “논쟁 자체가 그분들의 명예를 손상하는 것 같다”며 “병역 의무 이행은 헌법이 정한 국민의 의무이고 예외 인정은 신중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2020년 경기지사였던 이 후보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BTS만큼 멋진 아미를 응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군복무를 회피하지 않고 원칙대로 해야 한다’는 ‘아미’의 뜻은 최근 우리 사회의 주요 화두인 공정이라는 가치에 더없이 부합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병역의무는 대한민국 남성 모두에게 있다”며 “생계 곤란, 장애 등 불가피한 경우를 빼고는 예외를 두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맛 칼럼니스트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2018년 BTS 병역 특례 논란을 두고 “이런 게 국가주의”라고 꼬집었다. 황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위 선양을 위해 공부하고 노래하고 춤추고 운동하고 연구하고 가게하고 글 쓰고 사진 찍고 노동하시는 분들 계신가요?”라며 “제각각 자기 능력에 따라 제 할 일을 할 뿐일 것인데 그 일을 ‘세계적으로’ 잘하면 국위 선양했다고 국가에서 혜택을 주는 게 이런 게 국가주의”라고 했다. 같은해 이철희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병역특례 제도는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다”라며 “1973년 유신 정권에서 병역특례제도를 도입했을 때부터 정치적 기획이었다”고 지적했다.